[열린 마당] 고객 양심 의심한 名品가방 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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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 26일 큰맘 먹고 명품 가방을 샀다. 구입 직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반품하기로 하고 구입처에 문의했더니 가방을 받아본 뒤 환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틀 후 쓰지도 않고 잘 보관해 두었던 가방을 택배로 보냈다.

곧바로 구입처에서 연락이 왔다. 가방에 칼로 그은 자국이 두 군데 있기 때문에 환불을 못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가방에 칼을 댄 일도 없었고, 택배로 보낼 때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구입 당시 가방에 칼자국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방을 판 직원은 원래 상품에 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손님의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궁리 끝에 본사에 전화로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 직원의 태도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가방을 갖고 있던 이틀 동안 손님이 칼로 그었는지, 안 그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수차례 통화한 끝에 가방값을 돌려받았지만 아직도 언짢은 기분을 떨쳐낼 수 없다. 가방 판매사 측은 환불해 주지만 잘못은 소비자에게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에 걸맞지 않은 수준 낮은 서비스에 씁쓰름할 뿐이다.

인터넷 투고.조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