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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본질부터 밝히라|「범양」충격 줄이는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범양상선사건」은 감추어졌던 베일이 하나 하나 벗겨지면서 더욱 더 국민들의 경악과 분노를 자아내게하고 있다.
금쪽같은 외화를 해외에 빼돌렸다는 사실도 그러하고 1조원이 넘는 빚더미에 허덕이는 회사 책임자들의 사치와 호화의 극치를 보인 사생활 역시 치미는 울화를 삼킬수 없게 한다.
전문경영인인 한상연사장 내연의처가 살고 있다는 초대형 저택도 그렇거니와 수천만원짜리 외제 침대에 수억원대의 보석, 한가족이 여러대나 되는 승용차를 굴리는등 호사생활을 누렸다니 기가 차다.
사건발생 며칠만에 우선 겉으로 나타난 사실이 이 정도라면 깊숙이 파헤치면 얼마나 더 놀라운 일들이 드러날 것인가. 이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실로 가슴이 답답해 진다.
병을 고치려면 병인부터 알아야하듯 이번 사건이 빚은 충격파를 줄이려면 사건의 원인이 어디 있었는지, 책임은 회사나 관계자에게만 있고 정책이나 정부관계자에게는 없는지까지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박회장과 한사장의 탈세부분을 조사하고있고 검찰은 외화도피 부분과 관련, 공무원과의 결탁이나 비위부분을 정밀 수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범양사건에서 지금까지 국민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표피적인것 아니면 「설」 정도에 불과하다.
외화도피 규모도 1천만달러 내지 2천만달러가 될 것이라는등 억측만이 나도는 가운데 빚더미 회사 책임자들의 호화의 극치를 보인 사생활 정도가 고작이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의 본질에는 전혀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수 없다.
범양이 직·간접의 막대한 재원과 국민부담을 전제로 하는 방대한 구제금융 지원과 특혜를 꾸준히 받아온 처지에서 어떻게해서 기업인은 그토록 부를 축적할수 있었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때문에 사건의 본질과 핵심은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당국이 부실해운을 정리하고 엄청난 금융지원을 할때 마다 결자해지와 책임의 규명을 주장해 왔다.
부실의 실상이 어떠하고 자산과 부채가 얼마나 되며 부실화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철저히 가리길 촉구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국민부담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지원을 국민들은 쉽사리 용인하지 않을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번번이 지원조치만 있었을뿐 이렇다할 과정이나 내용에 대한 해명이나 공개는 물론 책임소재마저 가려져 봤다.
이번 사건도 애당초 그 뿌리가 되는 책임소재가 적당히 얼버무려지지않고 규명되었던들 일어나지 않았을것이다.
국세청 조사과정에서 관계공무원들이 회사측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내사중이라고 하며 검찰은 해운사 통폐합 과정에서 감독관청의 관계공무원들이 엄청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따라 앞으로 집중수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의 핵심은 관계 공무원들의 부정을 얼마나 파헤치느냐에 관건이 있는것 같다. 이것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으면 부실해운 통폐합 과정에서의 갖가지 수수께끼와 이번 사건의 의문과 문제점은 풀릴수 없을지도 모른다.
감독관청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지원을 해주면서 감시와 감독을 엄하게 했던들 빚더미 회사가 돈을 빼돌리는 작태가 벌어졌겠는가.
이번 사건으로 받은 일반 국민의 충격을 무마하고 설득하는 길은 사건의 실상을 낱낱이 캐 책임소재를 밝히는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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