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이름 무조건 믿다간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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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45)씨는 지난 5월 초 생활정보지에 나온 광고를 보고 H저축은행을 찾아가 5백만원을 맡겼다. 연 4% 안팎인 은행의 정기예금보다 두배 이상 높은 최소 연 10%의 금리를 보장한다는 얘기에 솔깃한 것이다. 그러나 한달쯤 뒤 이자가 지급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을 땐 회사 자체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대출과 신용카드 연체액 대납 등을 하는 사(私)금융업체들이 정부의 인가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저축은행.종합금융 등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이름만 보면 정식으로 인가받은 제도권 금융회사로 오해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도 회사이름에 상호저축.종합금융.할부금융 등의 용어를 사용한 사금융업체 40곳을 적발해 경찰청에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 중 종합금융이란 용어를 상호에 사용한 업체가 18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여신전문금융(할부금융) 13곳, 신용정보 5곳, 상호저축은행 4곳 등이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H저축은행의 경우 서울에 같은 이름의 저축은행이 있는 것을 악용해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청주의 김모(36)씨도 저축은행이란 상호를 가진 한 대부업체에서 2백만원을 법정 이자율 상한선(연 66%)보다 훨씬 높은 연 1백%의 이자로 빌렸다. 이 같은 고리대출은 물론 불법이다.

이런 업체와 거래하다 사고가 날 경우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고금리로 인한 피해의 보상도 사실상 어렵다.

일단 금감원 인터넷 홈페이지(www.fss.or.kr)의 '제도권 금융기관 조회'에서 인.허가 업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02-3786-8655~8)에서도 확인과 신고가 가능하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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