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사면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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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매상세가 「나카소네」(중증근강홍) 수상의 정치생명을 재촉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매상세제를 도입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던 「나카소네」 수상의 야심만만한 계획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23일 야간국회에서 그가 이끄는 자민당이 사실상 매상세법안의 폐기에 승복함으로써 수상의 지도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자민당의 총사령탑인 「다케시타」(죽하등) 간사장은 이날 당의원총회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할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여 패배의 비운에 잠긴 당직자들의 책임통감을 대변했다.
작년 총선거에서 3백4석이라는 절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이 날치기처리등 「다수의 힘」을 과시할수도 있었으나 결국 『여야의 합의가 이루어져야한다』는 가장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타결에 임함으로써 일본정국을 극한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해냈다.
10여년전 「오히라」내각이 일반 소비세제를 도입하려다 실패한후 7년에 걸친 여론형성기간을 거쳐 이를 도입한 것처럼, 매상세제도 장기간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당내건의도 「나카소네」수상의 강행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특히 최근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보수 자민당의 지지기반인 농민들과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선거민들이 대거 이탈, 매상세 반대에 나서 초반부터 자민당 전략에 타격을 가했으며 이에 충격을 받은 일부 의원들이 매상세 도입에 반대하는 항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민의에 따르지 않는 정치는 패배한다』고 주장, 관련법안을 대폭 수정할 것을 건의해왔다.
「나카소네」수상은 작년 총선거에서 대형간접세(매상세)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를 강행처리하려는 야망때문에 정치윤리적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왔으며 그의 재선을 지탱해주었던 후견인격의 「가네마루」(금구신)부수상마저 「나카소네」전략을 수정할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미국의 대일보복조치 단행이라는 전후최대의 무역마찰 분쟁을 해결하고 엔고불황·내수확대정책 실시라는 초미의 급선무가 산적해 4개야당이 연합해서 심의를 거부하고 있는 금년도 예산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할 다급한 사정에 쫓겨왔다.
야당이 매상세법안의 폐기를 주장한다고 해서 이같은 세제도입의 타당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직접세율이 거의 70%에 가까운 세제를 고치지 않으면 균형과세가 어렵고 재정적자를 해소할 길이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해 세제개혁을 협의하자는데는 동의하고있다.
농민·유통업자를 포함한 중소상인들이 매상세 반대의 최전선에 나선것은 이 제도도입으로 탈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함부로 터놓고 이야기할 사정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정국의 초점은 오는 10월임기가 끝나는 「나카소네」 수상의 퇴진시기에 모여지고있다. 작년 선거공약 위반과 최근 지방선거의 패배, 여야간의 불신감 팽배, 국민의 신뢰상실등 「실정」을 이유로 그의 퇴진이 선진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6월쯤 클로스업 될것으로 관측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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