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정현 15억 박지원 10억…야당 “호남예산 14조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3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400조5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선 전남·북 지역 예산의 증액 규모가 컸다. 전남 지역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자 예결위원인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4일 “전남 예산은 최초로 6조원이 넘었고 전남·북, 광주를 합치면 14조원이 넘어 사상 최대 예산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호남 지역 예산 확보 성과’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호남 지역에 보다 많은 예산이 배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보도자료를 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대했다”며 호남 지역 예산 반영 성과를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예산 증액을 놓고 경쟁한 결과다.

추천 기사

전북에 지원되는 국고 예산은 올해 6조568억원에서 내년엔 6조2535억원으로 1967억원(3.2%) 늘었다. 전남은 올해 5조5884억원에서 내년엔 6조205억원으로 4321억원(7.7%)이 더 반영됐다. 광주는 올해 1조7332억원에서 내년엔 1조8292억원으로 960억원(5.5%)이 늘었다. 광주·전남의 예산 증가분은 전체 예산 평균 증가액(3.7%)을 크게 웃돌았다. 대표적으로 광주 송정~목포 간 호남고속철도 2단계 구간 마무리 공사 비용은 정부 원안(75억원)보다 655억원이나 늘어났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4000건이 넘고 액수로는 40조원에 달했는데, 최순실 정국으로 ‘깜깜이 심사’가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된 문화·체육·관광 분야 2000억원,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5000억원이 삭감된 반면 SOC 예산은 4000억원, 교육 분야(누리과정 제외) 1000억원 등 지역구 민원이 많은 분야는 정부안보다 증액됐다.

두 야당, 조기 대선 앞두고 경쟁
“소외지역 예산 많이 가도록 노력”
광주~목포 호남고속철 2단계
정부 원안 75억에 655억 더 배정

여야 실세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는 여전했다. 새누리당 이정현(순천) 대표의 지역에는 순천 유소년·청소년 다목적 수영장 건립 비용(15억원)과 순천대 체육관 리모델링 예산(6억2600만원) 등이 새로 편성됐다. 순천에 들어서는 호남권 직업체험센터는 ‘이정현 예산’으로 분류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7억원이 삭감됐지만 예결위 심사에서 정부 원안(60억원)대로 되살아났다. 새누리당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원내대표의 지역을 관통하는 보령~부여 간 국도 40호선의 사업비는 원안보다 40억원이 늘었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경산) 의원의 지역구를 지나는 대구선 복선전철 사업비도 원안(590억원)보다 110억원이 늘었다.

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의 지역에도 남천·매호천 정비사업(각각 20억원, 14억원) 등의 예산이 새로 반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목포) 비대위원장의 지역엔 전남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 청사 신축비(10억원) 등이 새로 편성됐다.

정세은 충남대(경제학) 교수는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 국가 주요 기관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곪아 터질 수 있는데 쪽지 예산과 같은 국회의 구태 문화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소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해 지역 대표에만 올인하지 않는 진정한 국민 대표를 뽑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유미·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