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페미니즘 퇴조…남성작가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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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공동 주최하는 3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최종 후보작 10편씩이 확정됐다.

미당·황순원문학상 2심 심사위원들은 2일 오후 문예중앙 사무실에서 합동 평가회를 열고 올해 미당문학상 후보자로 정진규·김명인·천양희·이성복·박형준씨 등 10명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으로는 이청준씨의 ‘꽃지고 강물 흘러’, 최일남씨의 ‘석류’, 성석제씨의 ‘저녁의 눈이신’ 등 10편을 선정했다.

미당문학상 심사는 문학평론가 이숭원.정효구.이경호.이광호.김춘식씨 등이, 황순원문학상 심사는 평론가 장영우.박혜경.하응백.권성우.방민호씨 등이 각각 맡았다.

2시간여에 걸친 심도있는 논의 끝에 1차 예심을 거쳐 2심에 올라온 54편 가운데 10편을 추린 황순원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최종 후보작들을 뽑아놓고 나니 젊은 작가와 중견작가, 원로작가들이 적절히 안배됐다. 연령층에 관계없이 작가 대부분이 올곧게 자기 세계를 견지하면서 성실한 글쓰기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한때 유행처럼 확산됐던 페미니즘 소설이 줄어드는 가운데 남성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 '남자들이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준 점이 이번 심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40대 후반에서 50대에 이르는 연령층의 활동이 보이지 않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미당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자연서정이나 해탈 등이 지난해와 올해 시적 경향의 대세로 자리잡은 느낌"이라고 평했다. 천양희.정일근.김기택.이성복.박형준씨 등 5명은 지난해 최종 후보 명단에서 볼 수 없었던 새 얼굴들이다. 평론가 이광호씨는 "정치적인 상상력, 실험적 경향이 약화되고 있고 젊은 시인들의 작품이 유사해지는 현상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작가 스무명의 후보작품들과 작품세계는 앞으로 한달여간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상세하게 소개된 후, 다음 달 초순 3심 심사위원들에 의해 최종 낙점을 받는다.

지난 1년 동안 발표된 시와 소설 중 가장 잘 씌어진 시와 소설에 각각 3천만원(미당문학상)과 5천만원(황순원문학상)을 지급하는 최대 규모, 최고 권위의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심사일정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보작 추천.예심.본심의 3심 제도를 채택, 유지해 온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은 중앙문단과 지역에서 대표성을 인정받는 31개의 문예지를 추린 후 문예지에 실린 시와 중.단편소설 작품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시 7천여편, 중.단편 소설 4백82편이 집계됐고, 작가와 제목, 발표지면 등을 요약한 작품목록(시는 A4지 76쪽, 소설은 13쪽 분량)이 작가.문학평론가와 언론사 문학담당 기자 등으로 구성된 1차 예심위원들에게 발송됐다.

시.소설 부문 각각 50명씩으로 구성된 1차 예심위원들은 시 5편, 소설 3편씩 복수 추천 했고, 시인 32명의 4백12편, 소설가 37명의 54편이 2차 예심 후보작으로 압축됐다. 지난달 말 작품목록을 넘겨받은 2차 예심위원들은 꼬박 일주일간 2차 심사대상 작품들을 통독하고 합평회를 열었다.

시.소설 5명씩으로 구성되는 3심 심사위원들은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고, 최다 득표작이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9월 초순 3심(본심)을 거쳐 당선작은 본지 창간 기념일인 9월 22일을 전후해 발표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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