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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촛불집회] 1300m→900m→200m→100m!! … 진격의 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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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m→900m→200m, 그리고 100m 앞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은 매주 청와대 앞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청와대가 가까워질수록 구호는 더욱 커졌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더 이상은 못참겠다!" 지난달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은 말했다. "이 정도면 그분이 귀를 막고 있지 않는 한 우리의 함성이 들리겠지요?"

지난 10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은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26일 청와대까지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전진했다.

3일 6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청와대 바로 앞의 효자동 삼거리를 지나는 행진과 청와대 왼쪽 모퉁이 부근에 있는 효자치안센터 앞에서의 집회를 신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효자동 삼거리는 청와대 담을 기준으로 100m 이내에 든다"며 퇴진행동에 행진·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현행 집회 관련법상 100m는 청와대에 대한 시위의 최단 거리다.

그러자 퇴진행동은 행정법원에 "경찰의 집회 및 행진 금지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에 효자동 삼거리를 지나는 행진은 금지하면서 효자치안센터 앞 집회는 허용(오후 1시∼5시30분)했다. 치안센터는 청와대 담에서 약 100m 거리에 있다.

주최 측과 경찰, 법원의 결정은 유사한 양상으로 거듭됐다. 퇴진행동이 청와대 근접 거리까지 행진 신고를 하면 경찰이 이를 금지했고, 늘 집회 추최 측의 '우군(友軍)' 역할을 했다. 2일 법원은 이달 29일까지 평일 오후 8시~10시 사이에 시민들이 청와대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행진하는 것도 허용했다. 참여 인원이 100명 이상이면 차로 행진도 가능하다.

3일 날씨는 '반짝 추위'가 물러가면서 대체로 맑고 포근한 하루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그리고 탄핵안에 대한 야당의 '갈팡질팡' 행보로 정치권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시민들의 분노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 지난 5차 촛불집회 때 참가 인원(전국 190만명)과 비슷한 인원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일 오후 2시에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도 시민들의 항의 집회가 열린다.

◇10월 29일 첫 주말 촛불집회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으나 충돌은 없었다. 오종택 기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으나 충돌은 없었다. 오종택 기자

오후 6시 서울 청계 광장에서 진행됐다. 오후 7시10분부터 거리를 행진했다. 애초 주최 측은 청계 광장을 출발해 광교→보신각→종로2가→북인사마당까지 약 1.8㎞를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종로 일대에 경찰의 차벽이 설치돼있어 경로를 광화문으로 바꿨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에 급히 차벽을 치고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섰다. 이후 경찰과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을 경계로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11월 5일 제2차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퇴진 2차 국민행동 및 촛불집회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 2차 국민행동 및 촛불집회가 11월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주최 측은 경찰에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제를 하고 종로ㆍ을지로 등으로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행진 경로인 세종로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주요 도로에 해당한다며 금지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법원에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시민들은 종로 방면과 시청 방면의 2개 코스로 행진했다. 광화문ㆍ종로 일대의 전 차선이 통제됐다.

◇11월 12일 제3차 촛불집회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12일 밤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서울 내자동 경복궁역 사거리에서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청와대 인근 율곡로 행진을 허용했다. 우상조 기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11월12일 밤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서울 내자동 경복궁역 사거리에서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청와대 인근 율곡로 행진을 허용했다. 우상조 기자

10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3차 촛불집회. 시민들은 청와대까지 직선거리로 약 900m 가량 떨어진 내자동 로터리로 나아갔다. 집회에 앞서 주최 측은 청와대 인근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금지했다. 이에 반발한 주최 측이 또다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중요하다”며 내자동로터리까지 허용했다. 당시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 일부가 경찰차벽에 올라서거나 경찰 방패를 빼앗는 등 과격 행동을 해 경찰에 연행되기도 헀다.

◇11월 19일 제4차 촛불집회

광화문 앞에서 11월19일 박근혜 퇴진요구 촛불 집회가 열렸다. 김경록 기자

광화문 앞에서 11월19일 박근혜 퇴진요구 촛불 집회가 열렸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19일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후 7시30분쯤 광화문광장에서 본 집회가 끝나자 시민들은 총 8개 경로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여전히 사직로까지로 제한했다. 법원 판단은 이번에도 경찰과 달랐다. 법원은 주최 측이 신고한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의 행진은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와 500m 떨어진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까지는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로 시간 제한을 두고 허용했다. 시민 6000여명은 밤 늦도록 내자동 로터리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11월 26일 제5차 촛불집회

청와대 둘러싼 인간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5차 주말 촛불집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많은 시민들이 청운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하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청와대 둘러싼 인간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5차 주말 촛불집회가 11월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많은 시민들이 청운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하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5차 촛불집회에는 첫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원인 150만명의 시민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날은 본 집회에 앞서 오후 4시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를 ‘인간띠’로 포위하는 행진이 전개됐다. 광화문광장에서 효자동과 삼청동 방면으로 나뉘어 행진한 시민들은 청와대와 경복궁을 동ㆍ서ㆍ남 세 방향에서 에워쌌다. 서쪽 시위대는 4차 집회땐 가지 못했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법원이 “그간의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며 시위대 손을 들었기때문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지점까지 시위대가 들어왔다.

◇12월 3일 제6차 촛불집회

3일 열리는 제6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퇴진행동은 오후 4시부터 행진을 시작해 오후 5시쯤 청와대 앞 100m 위치에 있는 분수대에 모여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본 집회가 끝나고 오후 7시부터는 종로와 서대문, 청운동 등 6~7개 경로를 통해 분수대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행진할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도 경찰은 행진을 금지ㆍ제한통고했고 퇴진행동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2일 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3일 청와대 앞 100m 행진이 가능하게 됐다.

홍상지·김선미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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