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새시대를 연다|사진작가 손영자씨|섬세한 감각을 영상으로 표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진을 찍는다는 작업은 야외촬영시는 35㎏이 넘는 카메라와 기재의 무게, 속보성을 요하는 경우에는 몸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여성들에게는 적합지 않은 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프리랜서 카메라우먼 손영자씨(36)는 그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서울의 오랜 골동과 미술의 거리 인사동에서 7년째 자신의 사진 스튜디오를 열고 있는 맹렬여성.
전시회용 팸플릿 또는 화집용으로 회화·조각·공예품 등의 미술작품을 직는 것이 그이 장기로 꼽히지만 출판사·잡지사의 의뢰로 때로는 인터뷰 사진을 찍기도 하고 현장촬영을 위해 지방출장을 가기도 한다.
손씨는 의뢰로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에서 있었던 김금화씨의 굿판 취재를 다녀왔다. 쓸만한 3, 4장의 사진을 얻기위해 하루 낮과 밤을 굿판을 지키며 10통의 필름을 소모해야 했다.
「카메라 아이」란 대체로 사진과 같이 정밀한 관찰력을 지칭한다. 그러나 똑같은 카메라로 같은 대상을 담아도 사진 찍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찍는 사람의 시각과 감각 등이 그 이유인데, 바로 이점에서 사진작가의 「설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사진에서 갈수록 작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사진이 찍히는 대상에 딸라 전문화하는 경향 때문에 오히려 여성작가의 설자리는 넓어지고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라는 것이 손영자씨의 얘기.
특별히 손씨는 한국사회에 소비문화·여성문화가 활기를 띠면서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난 패션·요리·가구·공예품·공연미술품 등의 사진을 찍는데는 그 대상을 남성보다 더 잘 알고, 감각이 뛰어난 여성들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또 자연스러운 표정이 필요한 인물의 프로필을 찍는 경우도 부드러운 분위기의 여성작가가 훨씬 쉽게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서라벌예대 사진과(현 중앙대 사진과) 출신(71년 졸)인 손씨는 『골프계』 등 화보중심의 전문잡지, 동출문화사 등의 출판사에서 사진을 찍다 81년 독립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주어진 대상에 작가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입니다. 찍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긴 인내의 시간, 그리고 과학적인 작업이 어우러질 때 좋은 사진이 만들어집니다.』
현재 활동하는 7∼8명의 여성 프리랜서 사진작가중 가장 고참급에 속하는 그는 중앙대 사진과 출신 여성 동문들의 모임과 「포토라인」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같이 사진을 하는 이동근씨(40)와으 사이에 2남. <박금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