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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서 팝콘 펑펑…“내 아이디어 원천은 마감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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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온 ‘뮤비 천재’ 바니아 하이만

바니아 하이만은 “뮤직비디오는 영화와 달리 형식이 자유롭고,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대중이 본다”고 그 매력을 말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바니아 하이만은 “뮤직비디오는 영화와 달리 형식이 자유롭고,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대중이 본다”고 그 매력을 말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업&업’ 노래는 아주 낙관적이고 글로벌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글로벌하게,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요. 전쟁이나 난민 같은 문제까지 등장하는 동시에 마법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보고 나면 이 세계에 어려움이 가득하구나, 그럼에도 마술적인 느낌이 들도록.”

콜드플레이의 ‘업&업’ 뮤직비디오 중 화산에서 팝콘이 튀어나오는 장면. [화면캡처]

콜드플레이의 ‘업&업’ 뮤직비디오 중 화산에서 팝콘이 튀어나오는 장면. [화면캡처]

최근 유튜브에서 조회수 1억뷰를 기록한 콜드 플레이의 ‘업&업’ 뮤직비디오를 비롯,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영상으로 세계적 호평을 얻은 바니아 하이만(30)의 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에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의 강사로 내한한 그를 만났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현재 미국 뉴욕에서 뮤직비디오·광고 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는 특히 이용자가 일방적으로 관람하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로 거듭 주목을 받았다.

TV채널 돌리듯 16개 영상을 골라보게 한 밥 딜런의 ‘라이크 어 롤링스톤’ 뮤직비디오. [화면캡처]

TV채널 돌리듯 16개 영상을 골라보게 한 밥 딜런의 ‘라이크 어 롤링스톤’ 뮤직비디오. [화면캡처]

밥 딜런의 ‘라이크 어 롤링스톤’ 뮤직비디오(2013)가 대표적이다. 본래 1960년대에 발표된 이 명곡이 흐르는 동안 이용자는 요리·홈쇼핑·게임 등 다양한 케이블TV 채널 16개를 번갈아 골라 볼 수 있다. 실제 방송 영상이 아니라 어떤 채널을 돌려도 출연자의 무심한 입 모양이 가사와 맞아떨어지도록 새로 구성한 화면이다. 씨 로 그린의 ‘로빈 윌리암스’ 뮤직비디오(2015)는 구글 화면에서 이같은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아예 뮤직비디오 화면이 구글 화면과 똑같다. 구글 검색창에 해당하는 부분에 노래 가사가 흐르고, 이용자가 쇼핑·이미지 등의 검색 메뉴를 누르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캐나다 밴드 키즈 앤 크레이츠의 노래 ‘세이브 미’는 현지 통신사와 손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기능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모바일 뮤직비디오’라는 별칭을 얻었다.

영상 크기 다르게 결합해 마법 느낌
콜드플레이 ‘업&업’ 1억뷰 넘어
밥 딜런 뮤비는 TV 채널 돌리듯
이용자가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모두 기존에 존재하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컨셉트에요. 밥 딜런 뮤직비디오는 지루하거나 심심할 때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듯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한 것이고, 씨 로 그린은 필요할 때마다 검색을 하는 굉장히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해 본 거죠. 키즈 앤 크레이츠 뮤직비디오는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특별한 상호작용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사진을 업로드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스크롤을 내려서 게시물을 보는 SNS의 주된 행동에 위치기반 서비스도 결합했죠.”

콜드 플레이의 ‘업&업’은 인터랙티브 영상이 아닌 전통적 뮤직비디오에 속하지만 장면마다 두 동영상을 실제 크기와 전혀 다르게 결합한 결과가 경이롭다. 거대한 화산 분화구에서 팝콘이 튀겨져 나오고, 작은 찻잔 속에 수중발레가 펼쳐지고, 가정집 욕조에 난민을 가득 태운 배가 떠다닌다.

“오래된 잡지 같은 걸 오려서 콜라쥬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런 콜라쥬를 영상으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각각의 장면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점에서도 콜라주구요.”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움직임이 서로 일치하게 하는 게 어려웠죠. 난민선이 욕조에 떠있는 장면을 예로 들면 공중에 찍은 기존 영상(난민선)을 구입해서 3D트래킹으로 데이터를 얻고, 모션콘트롤 카메라로 영상(욕조)을 찍어 결합했어요. 조명과 각도도 일치하게 하고. 장면마다 서로 다른 기술이 필요했어요.” 더구나 ‘업&업’은 4분 남짓한 길이의 영상임에도 장면이 90개나 되는 대규모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스타의, 그래서 제작비 넉넉한 뮤직비디오에만 그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건 아니다. 친구인 이스라엘 가수의 뮤직비디오 ‘마요케로’(2014)는 여러 팝송 명반의 표지에 실린 가수들이 실제 노래를 하는 듯한 흥미로운 영상을 친구·여동생을 동원해 초저예산으로 만들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원천을 묻자 그는 “스트레스”라고 답했다. “마감시한이 있다는 스트레스죠. 내일까지 마감이면 아이디어를 제출해야 한다는. 저는 머리를 비우러 휴가를 가면 정말 머리가 비워진 상태가 되요.”

첫 한국방문 소감으로는 다시 ‘상호작용’얘기를 꺼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른게 흥미로워요. 프랑스 출신인 제 부모님은 입을 맞추고, 이스라엘에서는 보통 포옹을 하는데, 여기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죠.” 한국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많이 봤다”며 “영감을 주는 작품도, 아닌 작품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곳에 가면 뭔가 다른 걸 보고 싶은데 전세계적으로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그 와중에 다른 면을 찾아내는 게 흥미롭죠.”

그는 무엇보다 독창성, 자신만의 목소리를 거듭 강조했다. “큰 도전에 성공하면 특별한 걸 만들 수 있죠. 도전하지 않으면 이미 (남들이) 수백만번 했봤던 것에 그치는 거죠.”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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