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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해결사 므누신의 경제 정책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선거 캠프 재무책임자인 스티븐 므누신(53)을 재무장관으로 선택했다. 트럼프는 이미 상무장관에 사모펀드 투자자 윌버 로스(79)를 낙점한 상태다. 트럼프는 30일 이들을 포함한 경제팀 인선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므누신은 유대인으로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엘리트다. 예일대 졸업 후 골드만삭스에 들어가 17년간(1985~2002년) 일하며 파트너가 됐다. 그의 아버지도 평생을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파트너다. 므누신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세 번째 재무장관이 된다. 그의 앞에 행크 폴슨이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로버트 루빈이 빌 클린턴 정권에서 각각 재무장관을 지냈다.

므누신은 골드만삭스를 떠난 뒤엔 투자회사를 세워 영화 ‘아바타’와 ‘엑스맨’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당초 민주당 기부자였다.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에게 기부금을 냈다. 하지만 지난 4월 공화당의 뉴욕 경선 직후 트럼프 캠프 재무책임자로 변신해 민주당원들의 공분을 샀다.

미국에서 재무장관은 사실상 경제팀의 조타수 역할을 한다. 세금 조정,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 인프라 투자 재원 조달, 국가 부채 관리 등이 모두 재무장관의 몫이다. 게다가 이란과의 핵 협상,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대북 제재 등에도 재무장관은 깊숙이 간여한다. 트럼프의 성공은 므누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므누신은 트럼프 캠프에서 ‘조용한 조언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므누신(재무장관)과 로스(상무장관) 조합은 트럼프의 대내외 경제정책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선 월가에 대한 규제 완화다. 므누신과 로스 모두 월가의 이너서클 출신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월가와 헤지펀드가 미국 근로자들의 부를 빼았아 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경제팀의 수뇌부는 월가에 정통한 인물들로 채워놓았다. 트럼프 당선의 최대 수혜자는 월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오바마 정부의 핵심 금융규제 장치인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므누신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외적으론 보호무역의 강화다. 므누신과 로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이 골자인 트럼프노믹스 수립에 깊숙이 간여했다. 므누신은 캠프에서 트럼프의 총애를 받았고, 로스는 트럼프의 ‘취임 100일 계획’ 구상을 자문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세계화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경제의 취약점을 꿰뚫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의 제조업 몰락과 금융 위기에서 이득을 올렸기 때문이다. 므누신은 금융 위기 직후 캘리포니아의 대형 모기지 대출 금융회사인 인디맥 은행을 인수한 뒤 되팔아 상당한 차익을 남겼다. 블룸버그는 “므누신 내정자가 중국의 투자를 거절하는 등 보호주의 장벽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스는 자타 공인 ‘기업 사냥꾼’이다. 부실 기업을 헐값에 사들인 뒤 구조조정 후 되파는 것이 전문분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비롯해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므누신과 로스의 기용으로 트럼프 내각이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초갑부)들의 팀'이란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2014년 포브스 집계에 의하면 로스의 재산은 29억 달러(약 3조4000억원)였다. 므누신의 재산도 4600만 달러(약 540억 원)에 이른다. 교육장관으로 내정된 교육활동가 벳시 디보스는 가족 자산이 51억 달러(약 6조원)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던 근로자 계층과는 거리가 멀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김현예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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