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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 임주리 기자의 블링블링] 2016년 극장가를 접수한 ‘박찬욱 사단’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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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사진=전소윤(STUDIO706)

박찬욱 감독, 사진=전소윤(STUDIO706)

올해 개봉해 주목받은 영화 네 편, ‘대배우’(3월 30일 개봉, 석민우 감독) ‘비밀은 없다’(6월 23일 개봉, 이경미 감독) ‘럭키’(10월 13일 개봉, 이계벽 감독) ‘가려진 시간’(11월 16일 개봉, 엄태화 감독)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네 명의 감독 모두가 ‘박찬욱 감독(사진)과 깊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다. ‘비밀은 없다’는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았고, 코미디영화 ‘럭키’는 기대 이상의 폭발력으로 관객 696만 명(11월 28일 집계 기준)을 돌파했다. ‘가려진 시간’ 또한 평단의 지지를 얻으며 상영 중이다. 박찬욱 감독 역시 ‘아가씨’(6월 1일 개봉)로 관객 428만 명을 그러모으며 그 저력을 확인했다.

각 감독과 박 감독의 인연을 살펴보면 이렇다. 몇몇 단편으로 주목받아 온 이경미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2005) 스크립터를 거친 후 2008년 ‘미쓰 홍당무’로 장편 데뷔했다. 이계벽 감독은 ‘복수의 나의 것’(2002) 연출부와 ‘올드보이’(2003) 조연출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 ‘야수와 미녀’(2005)를 통해 감독 데뷔했다. 엄태화 감독은 ‘쓰리, 몬스터’(2004, 박찬욱·프룻 첸·미이케 다카시 감독) 조연출, ‘친절한 금자씨’ 연출부, ‘파란만장’(2011,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조연출을 거쳤다. 석민우 감독은 ‘박쥐’(2009)의 조감독을 거쳤다.

한 감독 밑에서 배운 창작자들이 한 해에 작품을 연이어 내놓는 것은 보기 드문 일. 박 감독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럭키’ 개봉 당시 만난 이계벽 감독의 말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박 감독님 영화의 조감독 출신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영화를 정말 많이 본다는 거죠. 박 감독님이 영화를 엄청 보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같이 일하다 보면 영화광이 될 수밖에 없어요. 내 성향과 다른 작품들도 다양하게 접하며 성장하는 거죠.” 엄 감독 또한 박 감독의 현장에서 “태도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미 충분히 ‘거장’임에도,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는 얘기다. 이들에 대한 박 감독의 애정도 크다. 제자들의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돕는다. ‘비밀은 없다’에는 공동 각본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얼마 전 ‘가려진 시간’을 보고 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살인 사건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없었다.” 이쯤 되면 박 감독도 ‘제자 바보’가 아닐 수 없다. 그래. 박찬욱 사단,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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