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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잡는 ‘만성골반통’ 절반은 자궁내막증 때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박정렬 기자]

직장인 최인희(43·여)씨는 4~5년 전부터 골반에 묵직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가끔씩 아랫배를 도려내는 듯 통증은 심해졌다. 친구나 가족은 최 씨의 고통을 공감해주지 못했다.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었고, 항생제나 진통제 처방을 받아도 그 때 뿐이었다. 수 년째 그를 괴롭힌 질환은 바로 ‘만성골반통’이었다.

만성골반통은 뚜렷한 원인 없이 허리, 골반, 외음부 통증이 6개월 이상 계속되는 질환을 말한다.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 10명 중 1~2명이 이 병을 앓을 정도로 흔한 병이기도 하다.

잠실 조은여성의원 조영열 대표원장은 "자궁과 골반 주변부는 피부에 비해 신경이 적게 분포돼 있다. 통증 양상이 애매해 진단이 까다로워 최 씨처럼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만성골반통의 대표적인 증상은 배꼽 아래 하복부에 묵직한 둔통, 꼬리뼈나 양쪽 허리 통증이 꼽힌다. 허리나 방광 증상도 흔하다. 약 90%는 허리 통증을, 약 80%는 방광 자극·배뇨 시 통증 등 방광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밖에 성교통이나 월경통, 비정상 자궁출혈, 질 분비물 증가, 과민성대장증상(설사 복통 변비), 두통, 불면증 등을 겪기도 한다.

원인은 다양한데, 약 50% 이상은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발병한다. 자궁내막증은 생리혈을 만드는 자궁 내막 조직이 난관을 타고 자궁 밖으로 나가면서 자궁 근육, 주변 골반 조직에서 출혈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월경통, 월경과다, 자궁의 부정기적인 출혈과 연관이 큰 만큼 만성골반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 즉 자궁근종과 골반울혈증후군 등도 만성골반통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로는 약물요법과 자궁적출술, 난소·난관 절제술 등이 있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많아 저용량의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복용하고 정신과 상담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조영열 대표원장은 "만성골반통은 방치하는 경우 외과적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다. 환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이 큰 만큼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는 물론 증상을 느꼈을 때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초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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