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글러-레너드 "잔인한 4월"의 주먹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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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내가 링에 다시 오르는 것은 등산가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은 이유다』프로복싱사상 최고액의 대전료가 걸린 「세기의 대결」을 위해 은퇴를 번복하고 3번째로 링에 복귀한 전웰터급 세계 챔피언 「슈거-레이·레너드」(31).
철권치고는 비교적 곱상한 용모와 세련된 화술로 한때「무하마드·알리」못지 않은 인기를 얻었던 「레너드」가 오는 4월7일 (한국시간)세계 미들급 통합 챔피언 「마빈·해글러」 (33)와의 대결을 앞두고 인생의 중요한 승부를 하듯 비장한 결의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전은 두 선수 몫을 합쳐 2백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대전료 뿐 아니라 눈 부상으로 링을 떠난 「레너드」의 재기전이라는 점 때문에 헤비급 타이틀전 이상의 관심을 끌고 있다.
「레너드」가 처음으로 복싱에서 은퇴한 것은 82년 11월.
당시 WBC 웰터급 챔피언인 그는 WBA동급 챔피언 「토머스·헌즈」를 KO로 물리치고 통합타이틀을 차지한데다 완벽에 가까운 기술로 32승(27KO) 1패의 전적을 올려 복싱팬들로부터 작은 「알리」「천재적 복서」라는 명성과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헌즈」와의 경기에서 입은 왼쪽눈 부상이 악화돼 은퇴 직전 망막 접합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르자 프로 데뷔 5년만에 도중 하차, 세계 복싱계에 충격을 주었다.「레너드」는 당시 은퇴식에서「해글러」를 가리키며『저 대단한 사람과 싸우면 복싱사에 기록될 것이지만 불행히도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미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은퇴 18개월만에 재기, 84년5월 「케빈·하워드」와 논 타이틀전을 벌여 9회 KO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는 이 경기에서 4회에 다운 당한데 충격을 받고 다시 링을 떠나고 말았다.
경기에 이기고도 다시 물러난 그는『맞는 것이 두렵고 내 건강과 가족을 걸고 모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레너드」가 다시 링에 나서자 결국 돈 때문에 결심을 바꾸었다고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그 동안 주식·채권 등의 투자에서 상당한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돈의 유혹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5년간 「해글러」만을 생각해 왔다. 오로지 이 대전을 위해 링에 돌아왔다』고 말한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우승 이후 프로로 나선 「레너드」는 지금까지 주먹하나로 모두 4천2백2만달러 (약3백57억원) 를 벌어들였다.
이번 재기에 성공한다면 그는 다시 한번 돈더미에 올라앉아 부(부) 를 함께 누리게 된다. <허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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