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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예수를 판 유다 되라는 거냐” 역대급 버티기에 당내 “이성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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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4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에)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예수 팔아 먹는 유다가 돼 달라, 예수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거 아니냐”며 반박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4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에)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예수 팔아 먹는 유다가 돼 달라, 예수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거 아니냐”며 반박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배신자가 돼 달라, 변절자가 돼 달라, 예수 팔아먹는 유다가 돼 달라, 예수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거 아니냐.”

자신을 공격하는 비주류 향해선
“콩나물 값 깎다 애 잃어버리는 격”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현 대표가 흥분한 어조로 말을 쏟아냈다. 전날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에)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구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리 뜻에 따르라. 하수인이 돼라’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 탄핵에 찬성하는 당내 의원들을 예수를 팔았거나 부인한 제자 유다와 베드로에 빗댄 걸 두고는 당 내부에서도 “이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터넷에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 대표를 ‘박근혜 종교를 믿는 사이비 신도’라고 공격했던 걸 떠올리며 “광신도가 맞다”고 주장하는 댓글도 등장했다.

이 대표는 비주류의 사퇴 요구에도 ‘전당대회 한 달 전인 12월 21일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비주류를 향해 연일 독설을 퍼붓고 있다. 최근엔 “이정현 사퇴만 주장하다 당을 혼란과 공백에 몰리게 한다. 콩나물 값 깎다 애 잃어버리는 격”이라며 자신에 대한 비주류의 공세를 ‘콩나물 값 깎기’로 폄훼했다. 또 비판적인 중진 의원들을 향해선 “3선 이상 대부분은 민정계·민주계·친이계·친박계 등 계파 오염치가 기준치를 상당히 넘어 초·재선들 보기에 부끄럽다”고 망신을 줬다.

‘역대급 버티기’라는 비판 속에서도 이 대표가 꿈쩍 않는 진짜 이유는 뭘까. 먼저 이 대표의 버티기가 ‘탄핵 국면에서 어떻게든 박 대통령을 감싸 안겠다’는 목적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표직을 움켜쥐어야 탄핵안 표결 당일 당 소속 의원, 특히 친박계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4일에도 기자들에게 “우린 정치인이기 이전에 새누리당 구성원”이라며 당내 탄핵 찬성파를 압박했다.

당내엔 고민 중인 친박계 의원들을 향한 이 대표의 압박은 더 노골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신이 물러나면 중립 성향의 정진석 원내대표가 표결 전략의 전권을 쥐게 되고, 당내 비주류의 주장처럼 ‘양심에 따른 자유투표’로 분위기가 급속하게 흘러갈 가능성을 이 대표가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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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버티는 건 정치세력으로서 친박계의 종족 유지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도부를 대체할 새 비상대책기구가 당장 들어설 경우 여론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친박계가 설 땅은 좁아진다. 이 대표가 “사퇴보다 수습이 먼저”라고 하는 것도 비박계와 협상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 친박계의 명맥을 이어 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현재 친박·비박계는 ‘6인 중진협의체’를 만들어 비대위 구성 문제를 협의하고 있지만 별 진전이 없다. 회의 참석자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자는 비박계의 주장에 친박계는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분을 모시자’고 맞서고 있다”며 “정치를 모르는 비대위원장을 세워 놓아야 친박계가 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글=서승욱·박유미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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