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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선배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면" 日유학생 시국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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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교토대에서 시국선언문 발표하는 도시샤대·교토대 한국인 유학생들 [사진=교토대 유학생 유준영]

23일 일본 교토대에서 시국선언문 발표하는 도시샤대·교토대 한국인 유학생들 [사진=교토대 유학생 유준영]

“윤동주 선배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면 마냥 부끄러워했을 것만 같다.”

윤동주 시인의 일본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 대학교 후배들이 23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토대학교 유학생과 연구자들도 동참했다. 1917년 만주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도시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43년 7월 한글로 시를 써 ‘치안유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붙잡힌 뒤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 갇혔다. 광복을 6개월 앞둔 45년 2월 16일 옥사했다.

시인 윤동주. [중앙포토]

시인 윤동주. [중앙포토]

도시샤대 한국인 유학생과 교토대 유학생·연구자 등 30여명은 이날 오후 교토대 시계탑기념관 앞 광장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로 시국선언을 했다. 도시샤대 유학생들은 “박근혜 정부 통치에 강력히 반대한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렸던’ 시인 윤동주 선배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면 마냥 부끄러워했을 것만 같은 자괴감의 시대에, 이국에 있다는 이유로 더는 침묵할 수 없음에 양심으로 뜻을 모아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빠른 해결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3일 일본 교토대에서 시국선언문 발표하는 도시샤대·교토대 한국인 유학생들 [사진=교토대 유학생 유준영]

23일 일본 교토대에서 시국선언문 발표하는 도시샤대·교토대 한국인 유학생들 [사진=교토대 유학생 유준영]

교토대 유학생들도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 파괴의 책임을 지고 하야하라”고 외쳤다. “박근혜 정권 3년여간 대한민국에서는 그야말로 ‘봉건시대에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권력을 사유화해 최순실 및 그 측근들에게 위임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헌정파괴 행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모두가 조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뜻을 함께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일본 교토대에서 시국선언문 발표하는 도시샤대·교토대 한국인 유학생들 [사진=교토대 유학생 유준영]

23일 일본 교토대에서 시국선언문 발표하는 도시샤대·교토대 한국인 유학생들 [사진=교토대 유학생 유준영]

정정훈 도시샤대 한국인 유학생회 회장(상학부 2학년)은 “이번 사태가 1년 넘게 장기전이 될 것 같다”며 “시국선언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게 시작이 돼서 점점 더 일본의 다른 대학들도 동참해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동주 선배가 유학한 도시샤대의 제일 중요한 덕목은 양심이다. 가만히 있으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만 같은 생각에 나섰다”고 말했다. 도시샤대 한국인 유학생은 학부생만 100여명에 이른다. 도시샤대 18명, 교토대 61명이 이번 시국선언문에 서명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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