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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운송거부안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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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화물연대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운송거부를 결의했지만 실제 파업 돌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화물연대 지도부 측이 "정부나 화주 측과의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정부나 화주 측에서도 "지난 5.15 물류대란처럼 전국의 물류 수송이 마비되는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화물연대 측과 정부.화주.운송업체 측은 이달 하순까지의 협상을 통해 물류대란으로 치닫는 사태만큼은 피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화물연대가 지난달 초 보류했던 파업 찬반투표를 다시 강행한 것은 운송업체와 화주 측과 진행된 운송료 교섭에 진척이 없다는 조합원들의 불만 때문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포항지부 소속 조합원 고모(42)씨가 운송업체와의 갈등으로 숨지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은 지난 5월 정부와의 합의 이후 ▶일반화물 ▶특수화물 ▶컨테이너 등 업태별로 각각 운송업체와 화주대표 간의 협상을 진행해왔다. 운송료 인상과 운송료의 현금지급, 표준운송요율표 작성 등 운송료에 대한 것이 핵심 쟁점이고 나머지는 노조활동 보장, 휴게실과 편의시설 제공 등에 관한 것이다.

협상이 부진한 것은 운송업체나 화주 측이 대표단을 구성하긴 했지만 업체별로 규모나 재정 상태가 제 각각이어서 일관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주와 화물연대의 중간에 끼어 있는 운송업체들은 운송료 인상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또 정부도 화주나 운송업체를 대상으로 협상을 적극 권고하기보다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운송료 협약은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지, 정부가 무조건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화물연대는 정부 측에 특수고용직 신분의 산업재해보험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차량을 소유한 차주들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찬반투표가 가결된 이후 화주, 운송업체 및 정부 측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양측이 협상에 임하도록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운송업체와 화주들을 지난달 30일 불러 협상에 성의를 보여줄 것을 주문한 데 이어 주말에도 양측을 접촉해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 화물연대측이 주장하는 지입제 철폐나 다단계 알선 등에 대한 개선작업도 서두르기로 했다. 정부는 동시에 물류 수송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불법 운송거부에 대해서는 형법상 업무방해나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엄중히 처벌하겠다며 압박작전도 병행하고 있다.

화주 측과 운송업체 측도 이에 따라 4일 긴급회의를 열고 내부 입장을 조율할 계획이다.

한편 산업계에서는 또다시 물류가 마비되는 상황을 겪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부산항까지 컨테이너를 주로 이용하는 삼성전자 등 수도권의 수출업체들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대비해 차량과 빈 컨테이너를 미리 확보하고 나섰다.

김창우.장정훈.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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