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로봇 나와도 피자 세일즈맨은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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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AI 전문가들이 본 노동의 미래

인공지능(AI)이 장학퀴즈·바둑 등 인간의 영역에 도전하는 시대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2020년이면 AI가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과 만나 인간의 일자리 500만 개를 대신한다고 발표했다.

왼쪽부터 칼 베네딕트 프레이, 저스틴 우드, 그레고리 멀홀랜드.

왼쪽부터 칼 베네딕트 프레이, 저스틴 우드, 그레고리 멀홀랜드.

지난 10월 28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4차 산업혁명과 한국 경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만난 칼 프레이 교수는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의 47%에 달한다”라며 “노동력과 자동화 비용을 비교해 자동화가 타당할 경우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설득능력 있어
상호협력·창의성은 AI보다 우수
고용환경 너무 빠르게 달라져
코딩능력 키워 변화에 적응해야

본지는 콘퍼런스에 참석한 칼 프레이 교수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전문가 3명에게 ‘AI시대, 인간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프레이 교수는 “대인관계를 통해 상호협력을 이끌어내는 직업,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의성은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순히 피자를 파는 로봇은 생길 수 있지만 사람들을 설득해 피자를 사게 하는 세일즈맨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질문을 하는 능력도 인간의 고유한 경쟁력이다. 프레이 교수의 예측·분석은 모두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에서 연구한 보고서(일자리의 미래, 2013년)에서 나왔다. 이 보고서는 미 대통령경제보고서를 비롯해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국제기구에서 인용됐다. 그는 “이 보고서는 ‘미국 내 702가지 직업이 컴퓨터 발전에 얼마나 민감하게 변화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남다른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의력을 이용해 질문을 던지고 AI에게 답을 찾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저스틴 우드 WEF 아시아 총괄 국장은 AI를 대비하는 미래의 기술로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과 ‘코딩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수나 배우의 영역을 AI가 쉽게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결국 언젠가는 AI가 가수나 배우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미래에는 유망한 일자리나 좋은 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드 국장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 고용환경 때문에 인간은 10년마다 직업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단. AI가 발전해 앞으로 자동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드 국장은 “코딩능력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에 맞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무지하면 변화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소재 AI 스타트업인 시트린인포머틱스의 그레고리 멀홀랜드 회장은 “AI나 빅데이터는 결국 숫자 속 패턴을 찾아내고 계산하는 기술일 뿐”이라며 “감정을 다루거나 인간관계를 조율하고 큰 결정(방향성)을 내리는 일은 인간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멀홀랜드 회장은 “3년 전 우리는 에너지 분야(재료과학)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AI의 가능성을 본 후 사업 성격을 바꿨다. 지금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결정을 내려야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이 AI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AI를 실제로 활용하는 실행력”이라고 강조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 자세한 내용은 이번 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 1361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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