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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키즈] '장화홍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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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전/김별아 글, 권문희 그림/창작과비평사, 8천원

전래동화나 구전설화를 읽다 보면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전처 소생의 두 딸 장화와 홍련, 그리고 질투에 불타는 계모 허씨간의 비극을 다룬 '장화홍련전'도 마찬가지다. 때마침 영화 '장화, 홍련'도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포영화가 소재를 빌려올 만큼 끔찍한 모녀간의 질투심과 그 때문에 벌어지는 살인 이야기를 굳이 어린이들이 읽기 좋게 풀어 써줄 필요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 잔혹한 내용을 담은 고전일지라도 어린이들 읽을거리로 만들 이유가 충분히 있다.

소설가 김별아씨가 '한국고전문학대계'에 실린 전규태의 국한문 해석본을 비롯해 30여편의 이본을 비교해 되살린 '장화홍련전'에는 다양한 성격의 인물이 등장한다.

행실이 좋지 못해 임신을 하고 낙태까지 했다는 모함을 받으며 죽음에 이른 장화는 그 시대 가부장적인 억압의 희생자다. 악인으로 그려지는 허씨 또한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집안이 몰락해 마음에도 없는 후처가 됐다고 하소연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유교 사회였던 조선 후기였으니 재산이며 가정사를 여성 마음 대로 할 수 없었을 터이다. 자기의 위치에 불안감을 느낀 허씨는 남편 배좌수가 예뻐하는 두 딸을 눈엣가시처럼 여겼을 것이다. 고전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배경, 자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장화홍련전'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설화가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친어머니 장씨가 꿈에서 꽃을 받은 후 딸을 잉태했다는 태몽 설화, 파랑새가 죽은 언니를 연못으로 길안내 해준다는 이야기, 억울한 사연을 가진 귀신이 관청에서 탄원한다는 설화 등이 그것이다. '장화홍련전'은 1650년대 평안도 철산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고 한다.

'조선명신록'에는 철산 부사 전동흘의 활약상이 소개되는데 그 내용이 '장화홍련전'과 비슷하다는 것. 그 이야기가 18세기 한문본, 19세기 한글 필사본으로 이어지고, 구전설화까지 보태져 살이 붙은 것이다. 책은 여러 이본을 참조하다보니 장화 .홍련이 다시 배좌수의 쌍둥이 딸로 환생한다는 결말까지 담고 있다.

이번 '장화홍련전'은 그동안 갈등구조가 밋밋하고, 이야기도 단순화한 전래 동화와 다르다. 여러 인물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꼬집어낸 고전을 맛있게 읽어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창작과비평사의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 중 하나로, '토끼전''심청전''홍길동전''박씨 부인전'도 선보였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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