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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갑상샘암 재발 막는 호르몬 억제 치료, 기간 길수록 뼈 강도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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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갑상샘자극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이 치료가 5년 이상 길어지면 뼈 강도가 약해진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확인했다. 흔히 ‘골다공증 검사’로 알려진 골밀도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술 환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병원 리포트│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문재훈·김경민·장학철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료기간이 길수록 해면질골(뼈 내부에 있는 스펀지 모양의 구조물)이 미세하게 변하고 결국 골 강도가 약해졌다.

연구팀은 뼈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쓰는 골밀도 검사 대신 ‘해면질골 미세구조 분석법’을 사용했다. 골밀도 검사는 인체 특정 부위의 뼈 밀도가 얼마나 높은지 평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뼈의 질과 강도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 최근엔 보다 정확한 해면질골 미세구조 분석법이 쓰이는 추세다.

5년 넘으면 뼈 강도 정상 수치 이하

연구팀은 갑상샘암 수술 후 갑상샘자극호르몬 억제요법으로 치료받는 폐경 여성 273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치료기간이 길수록 해면질골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 나타내는 해면질골점수(TBS)가 감소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치료기간이 3년 미만인 사람(62명)의 TBS는 1.335점, 3~5년인 사람(107명)은 1.320점, 5년 이상(104명)은 1.296점이었다. TBS 정상 수치(국제 기준)는 1.350점이다.

이런 결과는 환자의 나이, 체질량지수(BMI), 골밀도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갑상샘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의 강도와도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치료기간과 골 강도의 연관성이 골밀도 검사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환자 나이·체질량지수·골밀도와 무관

문재훈 교수는 “갑상샘암 수술 후 갑상샘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이 오래 이어지면 해면질골 미세구조가 변하고 골 강도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 규명됐다. 골 강도 약화는 기존 골밀도 검사로는 잡아낼 수 없다는 게 이번 연구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연구가 50세 이상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폐경 후 여성이라도 갑상샘암 재발 위험도와 기저질환에 따라 갑상샘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의 기간·강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임상내분비대사학회지(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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