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20)씨 특혜 입학 의혹으로 가중된 이화여대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막후 실세’라고 불렸던 윤후정(84·사진) 명예총장이 16일 사임했지만 진정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정유라 수사 앞두고 사퇴 선수 쳐”
장상 전 총장 인맥들 “사법처리를”
차기 총장 선출 방식 놓고도 대립
이화여대 학생과 교수들은 지난달부터 정씨와 관련된 의혹과 학내 분규 등의 책임을 지고 윤 전 명예총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1958년 교수로 부임한 윤 전 명예총장은 총장(1990~96년)과 재단 이사장(2000~2011년) 등을 역임하며 60년 가까이 학교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오랫동안 ‘서열 1위’로 통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교수는 “그동안 윤 전 명예총장은 학교의 모든 중요 결정 사안에 관여해 왔다. 최경희(54) 전 총장이 정씨와 관련된 일을 윤 전 명예총장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화여대 평교수들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에 “윤 전 명예총장은 본분을 망각하고 봉건시대의 왕처럼 자신과 자신의 가신들을 위해 이화여대를 사유화해 왔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윤 전 명예총장이 18일로 예정된 교육부 감사 발표와 검찰 수사 등을 앞두고 크게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화여대 재학생 이모(23)씨는 “큰 파문이 예상되자 윤 전 명예총장이 미리 선수를 치고 사임까지 한것 아니냐”며 “또 어떤 문제가 터져 나올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윤 전 명예총장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 한 관계자는 “이화여대에는 여러 파벌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윤 전 명예총장의 반대 쪽에 선 교수들은 대부분 장상(77) 전 총장 지지 인사들이다. 장 전 총장은 역대 이화여대 총장 중 거의 유일하게 윤 전 명예총장의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부 ‘장상파’ 교수들은 윤 전 명예총장의 사법 처리까지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가 내년 새 학기 시작 전까지 매듭 지으려는 차기 총장 선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측은 “비민주적으로 진행됐던 총장 선출 방식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