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사물놀이 선생님 미 「샘스태그」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난 팔자라는게 있다고 믿어요. 내가 한국에 와서 사물놀이 선생님이 되다니요.』 최근 사물놀이 교육용 비디오 테이프 제작을 끝낸 미국인 「수재너·샘스태그」양(28).
지난해 연말 두달간에 걸쳐 일본의 20개도시를 순회하면서 재일교포 청소년들에게 장구와 징·탈춤등을 가르쳐 눈길을 끌었던 그는 이제 더이상 미국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평점 3·7로 서울대 국문과 석사과정을 가볍게(?) 끝내고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그는 한국말도 한국인 못지 않게 잘하는 「신수진」으로 한국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물놀이는 한국 전통농악이나 굿거리 장단을 꽹과리·장구·징·북에 실어 대청마루등에서 놀수 있게한 것이지요.』 6년전 낯선 이국인을 한국에 살도록 붙잡아 맨 사물놀이 가락을 모르는 한국인이 의외로 많다고 안타까와하는 그는 검정색 남자 고무신에 상모돌리기도 즐기며 철저히 한국인의 삶을 살고 있다.
명문 조지타운 대학에서 미국학을 전공하고 지난 80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의 일원으로 한국에 온 그는 사물놀이가락에 미쳐 그것을 배우겠다는 결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김덕수패 사물놀이 지방공연까지 쫓아다니며 제자가 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박사학위를 받고 한 10년후쯤 국문과 교수가 되고싶어요. 지금 국문과 교수가 되겠다면 건방진 소리일거예요. 더 공부해야죠』 「W·휘트먼」의 시가 한국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오태석씨의 작품을 연구중이다.
『한국인이 모두 느끼는 불편을 같이 느끼는 정도지 미국인으로서 사는데 불편은 전혀 없다』는 그는 부부 변호사(LA 거주)의 2남2녀중 장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