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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 슈틸리케, 구자철이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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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구자철이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대표팀을 구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끝에 후반 막판 결승골을 터뜨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62번째 생일을 축하하는뜻깊은 골이기도 했다. 후반 40분 역전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구자철. [뉴시스]

구자철이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대표팀을 구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끝에 후반 막판 결승골을 터뜨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62번째 생일을 축하하는뜻깊은 골이기도 했다. 후반 40분 역전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구자철. [뉴시스]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이 탄핵 위기에 몰렸던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을 구해냈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전망도 밝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FIFA랭킹 44위)은 15일 서울월드컵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48위)과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2-1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25분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첫 골을 내준 뒤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22분 남태희(25·레퀴야)의 동점골과 후반 40분 구자철의 역전골에 힘입어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한국은 3승1무1패(승점10)로 우즈베키스탄(3승2패·승점 9)을 제치고 조 2위로 올라섰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우즈베크에 전반 선제골 내줘 고전
후반 22분 남태희 헤딩으로 동점
구자철 종료 5분 남기고 역전골

1954년 11월15일생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62번째 생일을 맞았다. 최종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한 슈틸리케 감독은 만약 이날 패한다면 경질될 수도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극적인 역전승으로 행복한 생일을 맞이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최대고비였다. 경기 전 슈틸리케 감독은 “말하지 않아도 우즈베키스탄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상당히 많은 것이 걸려있는 경기”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이정협(울산)을, 미드필더엔 손흥민(토트넘)-구자철-남태희-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기용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긴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이었다.

남태희

남태희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전반 초반부터 총공세를 펼쳤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혔다. 볼 점유율은 7대3으로 앞섰지만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했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전반 25분 수비수가 어설프게 패스한 공을 처리하기 위해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가 뛰쳐나왔다가 어이없이 골을 내줬다. 골키퍼 김승규가 황급히 걷어낸 공을 우즈베키스탄 마라트 바크마예프(30)가 잡은 뒤 약 30m 거리에서 텅빈 골문을 향해 가볍게 차넣었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한국은 후반 중반까지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수들은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믿었던 손흥민은 아직 발목에 통증이 남아있는 듯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벼랑 끝에 몰린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중반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8분과 22분에 지동원과 이정협을 빼고 이재성(전북)과 김신욱(전북)을 교체투입했다. 교체카드는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한국은 후반 22분 박주호(도르트문트)가 상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1m75cm의 단신 남태희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헤딩골로 연결했다. 프랑스 발랑시엔을 거쳐 2011년부터 레퀴야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는 카타르 프로축구를 평정하며 ‘카타르의 메시’라 불리는 선수다.

동점을 만든 뒤에도 파상공세를 펼친 한국은 후반 40분 구자철이 역전골을 뽑아냈다. 수비수 홍철(수원)이 긴 공중 패스를 올리자 1m96cm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궈줬고, 구자철이 기다렸다는 듯 강력한 왼발슛으로 차넣었다.

구자철은 “전반전을 마친 뒤 동료들과 반드시 이겨서 승점 3점을 따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지만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에 선제골을 내줘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래도 선수들이 결과를 뒤집어 만족한다. 실점 후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정정당당한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한국은 내년 3월23일 중국과 최종예선 원정 6차전을 갖는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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