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역전 결승골…한국, 우즈베키스탄 꺾고 월드컵 최종예선 기사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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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릴 뻔 한 한국 축구를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이 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로 올라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크와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후반 40분 터진 구자철의 결승골로 우즈베크를 2-1로 눌렀다. 3승1무1패(승점 10)를 거둔 한국은 우즈베크(3승2패·승점 9)를 밀어냈다. 시리아와 경기를 치르고 있는 A조 1위 이란(3승1무)에 골득실(이란 +4, 한국 +2)에서 밀린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전반 25분 우즈베크의 마라트 비크마예프(로코모티브 타슈켄트)에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후반 공격적으로 나선 한국은 후반 22분 남태희(레퀴야)의 헤딩 동점골이 터졌고, 후반 40분 구자철이 통쾌한 왼발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이 터지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은 이날 비기거나 패했을 경우 월드컵 본선 도전이 힘들어질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4-1-4-1 전술을 꺼내들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이정협(울산 현대)을 내세웠고, 2선 공격수에 손흥민(토트넘), 남태희, 구자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중앙 미드필더로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출전했다. 포백 수비엔 박주호(도르트문트)-김기희(상하이 선화)-장현수(광저우 푸리)-김창수(전북 현대)가 나섰고, 골문은 김승규(빗셀 고베)가 지켰다. 우즈베크는 오딜 아흐메도프(크라스노다르), 이고르 세르게예프(베이징 궈안) 등 정예 멤버들을 투입해 한국을 상대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경기 전부터 뜨거웠다. 붉은악마는 북측 서포터석에 '절대승리'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우즈베키스탄 팬들도 남측 관중석에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자리해 큰 함성을 지르면서 분위기를 높였다.

초반 탐색전을 펼친 가운데서 한국은 전반 9분 남태희의 슈팅으로 우즈베크 골문을 노렸다. 그러나 우즈베크도 전반 17분 아흐메도프가 아크 왼쪽에서 슈팅을 시도해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한국은 주도권을 쥐고, 점유율을 높였지만 우즈베크의 수비는 단단했다.

결국 전반 25분 우즈베크가 먼저 골을 넣었다. 김기희가 골키퍼 김승규를 향해 헤딩패스한 것이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김승규가 불안하게 공을 걷어냈고, 이 공을 마라트 비크마예프가 골문을 비운 걸 틈타 왼발로 띄워차기를 시도해 골을 넣었다.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의 맞지 않았던 호흡이 선제골 실점으로 연결됐다.

선수들이 다급해하자 차두리 대표팀 전력분석관이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즈베크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전반 37분엔 손흥민이 오른 측면에서 찬 프리킥을 문전에 있던 지동원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갔다. 결국 한국은 전반을 0-1로 밀린 채 마쳤다.

한국은 후반 초반부터 상대를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반전을 노렸다. 후반 3분엔 기성용이 중거리슛을 시도하며 상대 골문을 노렸다. 그러나 우즈베크의 끈질긴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8분 지동원 대신 이재성(전북 현대), 후반 21분 이정협 대신 김신욱(전북 현대)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분위기 반전은 이뤄졌다. 후반 22분 손흥민이 내준 전진 패스를 왼 측면을 돌파하던 박주호가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있던 남태희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공격적으로 계속 밀어붙인 한국은 후반 40분 마침내 승부를 뒤집었다. 중원에서 길게 올린 볼을 문전에 있던 김신욱이 헤딩 패스를 시도했고, 페널티 지역 왼쪽에 있던 구자철이 왼발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터뜨렸다. 구자철은 경기 후 "전반 끝나고 선수들과 승점 3점을 가져가자고 얘기했다.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승점 3점을 얻어 보람되고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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