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서 선발하는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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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남한처럼 언론사 입사 시험이 따로 없어요.따라서 남한처럼 수백대 일의 경쟁을 뚫기 위해 대학별로 '언론고시반'을 만드는 등 치열하게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요.

북한에서 기자는 김일성 종합대·김형직 사범대·김책공업 종합대 등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평양시당 간부과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로 추천합니다.
선전선동부에서는 엄격한 사상 검토와 가정 환경 등을 조사해 기자를 임명하죠.

북한에서 기자들에 대한 대우는 좋아요.배급제와 무상치료·의무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국가가 주는 봉급자체만 보면 기자들의 수준은 중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최근 식량이 제대로 배급되지 못하면서 기자들의 생활 수준이 일반 주민들보다 더 나빠졌지요.
주민들은 장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정치'사업·을 하는 기자들로서는 그럴 수도 없도 없기 때문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초년병 기자'는 무급 기자로 봉급이 78원이고 6급을 거쳐 4급 정도가 되면 1백50원을 받아요.
북한에서는 기자들도 6급에서 1급까지 차등제가 적용되는데 무급에서 6급까지는 3년 정도 걸립니다.

1급 기자는 김일성(金日成)주석이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훈장을 받은 기자들이죠.

수습기자의 생활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고달픕니다.기간은 3개월 정도로 선배들이 과거에 쓴 글을 읽고 베끼거나 동반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취재한 기사는 선배들이 대개 고쳐주지만 이 과정에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호되게 꾸지람을 듣기 일쑤라고 탈북한 기자 출신들이 전합니다.

북한 기자들은 당에서 선전선동 방향이 하달되는 대로 그 기준에 맞게 기사를 쓰기 때문에 남한처럼 특종을 위해 경쟁하지 않아요.따라서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합니다.

기자들의 취재영역은 金주석이나 金국방위원장이 다녀간 생산성 향상·노력 동원 현장 등으로 극히 제한돼 있지요.

남한처럼 각 언론사 기자들이 특종을 위해 경쟁할 필요도 없으며 당에서 하달하는 선전선동 방향대로 쓰면 됩니다.

북한 기자들 사이에도 '촌지'가 있지요.주로 지방의 곡창지대나 생필품 생산지역을 취재하면서 해당 책임비서들로부터 받는 식량이나 생필품 등 현물입니다.물자가 귀한 북한에서는 기자들이 가질 수 있는 '특혜'죠.

북한 사회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에 대한 감시·통제는 주민들보다 심한 편입니다.왜냐하면 기자들이 정보의 제한 속에서도 세계의 추세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개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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