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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남 시프트’ 빈집 많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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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인기가 높은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가 강남권에서 세입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전세보증금이 시세보다 낮아도 금액이 워낙 비싸 대거 미분양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셋값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14일 서울주택도시공사(옛 SH공사)에 따르면 15일부터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청약접수하는 1772가구의 장기전세주택에 앞서 미계약된 강남권 112가구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나온 재건축 단지 내 장기전세주택들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가구와 강남구 역삼동 역삼자이 11가구는 지난해 11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29가구와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64가구는 지난 4월 각각 분양됐었다. 이번 재분양 물량은 애초 분양된 4개 단지 총 257가구의 절반에 가깝다. 래미안신반포팰리스(총 81가구)는 5가구 중 4가구꼴인 64가구가 남았다. 주택형은 모두 옛 25평형인 59㎡(이하 전용면적)다.

시세보다 싸지만 보증금 5억~6억
청약자격자 소득 비하면 그림의 떡
공사측 선착순 모집 등 대책 모색

이 같은 대거 미분양은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총 32차례에 걸쳐 2만8000여가구가 신규로 분양됐고 경쟁률은 평균 8.4대 1이었다. 이들 강남권 단지들도 모두 순위 내에서 청약마감됐지만 실제 계약률은 저조했다. 청약자격에 비해 전셋값이 부담하기 힘들게 높기 때문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5억6250만원)와 역삼자이(5억1750만원)는 5억원대다.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처음으로 59㎡가 6억원을 넘어서 각각 6억7600만원과 6억860만원이다. 6억원대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위 20% 안에 드는 금액이다. 서울 평균(4억1000만원)의 1.5배, 59㎡ 평균(2억600만원)의 3배 정도다. 그렇더라도 일반 아파트 전셋값보다는 3억~4억원 낮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셋값은 8억5000만~10억원 선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는 8억~9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장기전세주택 청약자엔 소득 제한이 있다. 60㎡ 이하는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이하다.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482만원이다.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이 중간 이하인 소득 수준에 비해 훨씬 비싼 셈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전셋값이 시세보단 저렴해서 신청했지만 막상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한 청약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장기전세주택 미분양이 잇따르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고심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이 활발해 앞으로 개포 등의 재건축 단지에서 비싼 장기전세주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셋값을 낮출 수 있지만 주변 시세 반영률이 너무 떨어져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공사는 자금 사정이 괜찮은 수요로 청약자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순위 내에서 미분양되면 공개청약으로 재분양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세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1가구라도 공개청약을 거친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분양에서도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면 관련 법령을 검토해 선착순 분양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5~18일 청약접수하는 장기전세주택엔 강남권 1220가구가 새로 나온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오금1단지, 위례신도시,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3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서초에스티지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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