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노력을 배신하는 결과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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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32강전 2국>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10보(101~113)=조금 엷지만 우변 1의 차단벽을 선수로 설치한 이세돌의 손길에서 바람이 인다. 3으로 1점을 구출하는 수단도, 중앙 5, 7로 2점을 구조하는 수단도 모두 기분 좋은 선수다.

9로 젖혔을 때 귀를 막지 않고 상변 10으로 내려선 것은 고육지책. 귀 쪽에서 응수하면 부분적인 실리로는 득이지만 그랬다가는 차후 흑A로 잇는 수까지 선수로 당하게 된다.

이세돌의 번개 같은 수읽기는 복잡한 난전에서 더욱 빛난다. 귀의 안쪽으로 슬쩍, 젖혀둔 11은, 자체로 선수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참고도’처럼 끊고 끊기는 수상전이 됐을 때 유리한 형태를 만들어두는 의미가 크다.

국가대표 팀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커피나 녹차를 마시면서 검토실로 돌아와 자리를 잡자마자 뜻밖의 인물이 첫 번째 16강 진출의 테이프를 끊었다. 위빈 중국 국가대표 감독이 신예강호 차이징(93년생, 중국랭킹 33위)을 95수만에 꺾고 당당히 16강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렇다. 노력을 배신하는 결과는 없다. 현역 토너먼트 프로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지천명(50)의 나이에 26년 연하의 젊은 프로를 제압하고 올드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위빈 감독은 평소에도 성실한 연구자세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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