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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콧물 나고 코 막히는데 열은 없어요? 알레르기 비염 같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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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겨울에 더 심한 알레르기 질환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정나영(4·가명)양이 천식 증상을 보여 신용화 원장이 확인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40%는 천식을 함께 앓는 것으로 보고됐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정나영(4·가명)양이 천식 증상을 보여 신용화 원장이 확인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40%는 천식을 함께 앓는 것으로 보고됐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매년 이맘때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철 잠잠하던 콧물·코막힘 증상이 부쩍 심해진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가 날리는 봄에 기승을 부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을·겨울에 환자가 더 많다. 지난해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봄·여름 월평균 97만 명, 56만 명에서 가을·겨울 112만 명, 103만 명으로 늘었다.

천식,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건조한 날씨 틈타 동시다발
부비동염·폐질환 유발 위험

가을·겨울에 알레르기 비염이 극성인 이유는 건조한 날씨 탓이다. 콧속 점막은 평소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 공기와 함께 들어오는 먼지·세균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날씨가 건조해지면 점막도 건조해진다. 보통 사람은 코가 조금 건조해지는 데 그치거나 기껏 감기에 걸리는 정도다. 반면에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다르다. 집먼지 진드기, 동물 털, 곰팡이 같은 물질이 예민해진 코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킨다. 추운 날씨에 실내 생활이 늘면서 알레르기 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외부 물질과 싸우는 군대(면역체계)가 오작동한 결과다. 실제의 적(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그리 위험하지 않은데 필요 이상으로 과잉 반응한다. 면역세포는 적과 싸우기 위해 ‘히스타민’과 ‘류코트리엔’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이 화학물질은 점막에 염증·가려움을 유발한다. 알레르기 질환 대부분이 가려움을 동반하는 이유다.

천식 환자 80%가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예민한 부위에 닿으면 더 유난스럽다. 코 점막 외에도 기관지·눈·피부가 특히 예민한 곳이다. 이곳에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천식, 알레르기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비염을 ‘형제 관계’라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 형제는 한 번에 하나씩 나타나지 않고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천식 환자의 80%가 알레르기 비염을,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40%가 천식을 함께 앓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 가지 알레르기 질환이 잠복해 있던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깨우기도 한다. 이른바 ‘알레르기 행진’이다. 사직부산아동병원 신용화 원장은 “알레르기 질환은 주로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데 대체로 첫돌을 전후해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이 차례로 나타나고, 만 2~3세쯤 알레르기 비염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찾아온 알레르기 질환은 성인이 되면서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면역체계가 자리를 잡고, 각 기관이 튼튼해진 덕이다. 실제로 지난해 알레르기 비염 환자 4명 중 1명(26%), 천식 환자 3명 중 1명(33%)이 10세 미만 어린이였다. 그렇다고 이것을 방치해선 곤란하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만성질환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성인 환자 대부분은 어렸을 때 앓았던 질환을 떼어내지 못한 경우다. 천식을 예로 들면, 3세 이후 기관지가 확장하면서 환자 10명 중 7~8명은 자연스레 호전되지만 나머지는 평생 호흡기를 챙겨 다녀야 할 만큼 만성화된다.

더 큰 문제는 합병증이다. 흔히 축농증이라 불리는 ‘부비동염’은 알레르기 비염의 흔한 합병증이다. 부비동은 코 주변에 있는 빈 공간인데, 코 점막의 염증이 이곳으로 옮겨가 만성적인 콧물, 코막힘은 물론 후각 장애, 입냄새, 두통을 유발한다. 합병증은 어린 환자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걸 방해한다. 성장호르몬은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는데, 코가 막혀 호흡이 불편하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또 뇌에 전달되는 산소가 부족해져 집중력 저하, 학습 장애로 이어진다. 심하면 얼굴 모양이 변할 수도 있다. 천식 역시 만성 폐질환으로 나빠질 위험이 크다.

감기로 잘못 알았다간 증상 악화

요즘 같은 환절기엔 더 주의해야 한다. 주요 증상만 보고 감기로 오인해 감기약만 먹다간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 감기는 보통 1주일이면 낫지만 알레르기 질환은 2주일 넘게 이어진다.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를 구분하려면 열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열을 동반하지 않는다. 같은 콧물이라도 더 묽다는 특징이 있다. 천식의 경우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음)가 함께 들리는지 관찰한다. 잠자기 전이나 누웠을 때 쌕쌕 소리가 더 또렷하다. 일반적인 기침과 달리 발작에 가까운 기침을 한다. 심할 땐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신용화 원장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 대부분이 실내에 있으므로 환기를 자주 하고 이불과 옷은 햇빛에 말리는 게 좋다.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을 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럼에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만성질환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한 가지 증상에 한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동시에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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