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TV바르게이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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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기밥솥에 대한 광고를 만들어보는게 어떨까요. 아무래도 우리 주부들에게 익숙한 제품이라야 소비자의 마음을 끄는 방법도 잘 알것 같은데요』
『제품이름을 「밥또마니」라고 부르면 어때요?』『「아빠가 품어주는 밥」이라는 말로 관심을 끌어보지요.』
『그냥 말로만 제품의 장점을 설명할게 아니라「꽁당보리밥」 이란 노래에다 가사를 바꿔 부르면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갖가지 아이디어가 만발하는 광고제작 실습시간의 한 장면이다. 지난9∼12일 서강대 커뮤니케이션센터가 마련한 주부대상 「미디어 교육」 세미나및 워크숍. 두 그룹으로 나뉜 30∼50대 주부들과 몇몇 수녀들이 한쪽에서 전기밥솥에 대한 상업광고를 만드느라 한창 열을 올리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공익광고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몰하고 있었다.
라디오방송을 통해 선전할 제품과 그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주부들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것. 마침내 30초짜리 녹음테이프를 완성한뒤 함께 들으며 광고내용을 서로 평가했다. 이런 과정을통해 자칫 소비자의 흥미를 끌려는 욕심이 앞서 내용이 과장되거나 전달방법이 품위없이 우스꽝스러워지기 십상이란 점을 새삼 깨달았다는 반응들.
그밖에도 이 주부들은 신문·잡지·영화·TV등 모든 미디어에 대한 이론과함께 신문기사나 TV프로그램을 실제로 만들거나 그 내용들을 분석하는 등의 실습도 했다. 이제껏 무심코 접해온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보다 슬기롭게 미디어를 이용하는 안목과 능력을 갗추기 위해서다.
『미디어란 현대인에게「친구」 같은것 아닙니까? 나이든 저희세대에게는 특히 TV나 신문이 그렇듯이 젊은이들에게는 시끄런 음악이 그렇고….』 매우 당연한 생활의 한부분으로 여겨온 미디어에 대해 이제껏 너무 몰랐던 사실에 놀랐다고 한금순씨 (57) 는 말한다.「현명한 미디어 소비자」가 되고자 이같은 교육을 받은 주부들은 앞으로도 정기적인 재교육을 받으면서 미디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모니터활동도 하겠다고 다짐. 지난해 이 교육을 마친 10여명의 주부들은 계속「메리놀 미디어교육연구소」에서 좀더 깊이있게 미디어에 대한 공부를 하고있다.
갖가지 미디어중에서도「TV중독에 대한 예방접종」 의 필요성에 따라「TV바로보기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것은 지난83년. TV의 광고와 폭력및 성문제에 중점을 둔 이 TAT (Television Awareness Trainingㆍ TV 의식훈련) 는 YMCA·YWCA·색동어머니회·각 학교 어머니교실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또 TV프로그램내용을 분석해 시정해야할 문제점들을 방송국및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모니터클럽도 차츰 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 전반에 관한 본격적인 교육에 훙미를 느끼는 주부들도 점점 늘고 있는 중. 커뮤니케이션센터의 이마리아씨는 『대개의 주부들은 막연한 호기심이나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정도로 미디어교육을 받기 시작하지만 미디어에대해 알게 되면서 미디어 소비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에도 점점 눈을 뜨며 적극적으로 배워보겠다고 나서는 경향』 이라고 전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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