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농민 단체 대거 운집 … 폭력은 없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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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호 4 면

100만 명 넘는 시민이 모였지만 시위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던 특유의 일사불란함이나 거친 행동은 없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함성에 주최 측의 목소리는 묻혔다.


12일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란 이름으로 주도했다. 국민행동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백남기투쟁본부·민주노총 등 1503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꾸렸다. 국민행동은 오후 4시부터 예정돼 있던 본집회에 앞서 시청광장(민주노총)과 종로 보신각(전국 교수 연구자 비상시국회의), 대학로(한국청년연대), 남대문(전국농민대회) 등지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오전 11시부터 모여든 이들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과 함께 백남기 농민 사망, 국정 교과서 강행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옥중 편지를 통해 “최순실·안종범·정호성·차은택은 (서울구치소에) 들어왔는데 왜 우병우는 소식이 없는지 궁금하다”며 “불법 권력에 부역한 자들을 남김없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첫째 딸인 백도라지씨도 연단에 올라 “오늘이 아버지의 49재 날인데, 여기 발언하러 나왔다면 ‘잘했다’고 하실 것”이라며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현실은 점점 나빠져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가톨릭농민회·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의 농민단체는 상여를 메고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에 앞서 “30년 전보다 못한 쌀값 대폭락과 백남기 농민을 폭력 살인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 농민을 위한 정권이 아님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전농 김영호 의장은 “올해 쌀값은 21년 만의 최저”라며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쌀값 21만원을 약속했으나 현재 쌀값은 12만원대로 폭락했다”고 말했다.


사전집회를 마친 이들은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로 집결해 시민들과 함께 움직였다. 국민행동이 동원한 집회 참가자는 15만 명으로 전체 시위대의 15% 안팎이다. 민중연합당 소속 수백 명이 경찰이 통제하지 않은 종로구 신교동 일대를 통해 청와대로 향하려다 경찰의 차벽에 막히기도 했지만 대체로 시민들과 함께 움직이며 큰 충돌은 빚지 않았다.


백민경·윤재영 기자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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