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두 김씨 회견에 비친 신민의 개헌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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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개헌정국복귀 추진에 신민당의 대응이 주목되고있다.
13일 있은 두 김씨의 기자회견으로 신민당전력의 골간이 제시됐지만 협상과 대결 어느쪽에 더 역점이 있는지 해석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잇단 접촉에서 파생된 갖가지 개헌타협안 구상도 분분하고 5월 전당대회의 당회 문제도 얽혀 복잡한 양상이다.

<5개안은 선언적 의미>
○…두 김씨의 회견이 전반적으로 「대화」의 색조를 띠고있지만 많은 신민당 의원들은 대화쪽 역점이 있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이 두 김씨의 5개항 난국 타개방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리 만무한데다 두 김씨, 특히 김대중씨 측이 협상쪽에 진심을 두고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적 국민 투표만해도 상대방의 수용을 전제했다기보다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계산아래 제시됐다고 읽고 있다.
이번 회견을 먼저 제의했고 회견문 까지 작성한 김대중씨 쪽 스스로 「5개방안」의 의미를 타협성사를 위한 실질성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부수 효과를 노린 선언적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교동 진영에서는 이번 회견을 앞두고 대 정부 효과, 대 국민 효과, 대미 효과등 3개부문으로 분석 보고서까지 만들었다는 것인데 정부· 여당에 대해서는 선제공격성 성격밖에는 달리 뜻이 없고 대 국민, 대미대목에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다.
즉 점점 깊숙이 개입해오는 미측의 「타협」종용에 대해 『직선제를 포기 할수도 있다』고 말 하면서도 『국민이 원한다면』이란 단서를 붙임으로써 「시거」 미 차관보의 「혁신적 타협안」 이나 「릴리」대사의 「절충형」을 미리 견제해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는 것.
비 반미건전 노선을 강조한 것도 동교동 쪽에 대한 미측의 의구심을 희석시키려는 속셈이 들어있다 하겠다.
때문에 회견문에도 나와있듯이 2·7대회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피플 파워」(민중의 힘)의 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이를 통해 실무대화와 사면· 복권에 접근해 나가자는 의도라고 읽혀진다.
그러나 김영삼씨의 경우는 김대중씨가 미리 준비한 회견문에서 「거국내각」 구성제의를 빼도록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선택적 국민투표안을 다소 현실성 있게 다듬는 등 협상쪽에 유연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 고문은 「릴리」 주한미대사의 타협제의를 일단 거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일부에선 「혁신적 타협안」 에 대해선 유보적이라고 관측.

<협상론 여지는 남아>
○…「릴리」대사와 이민우 총재·김고문의 연쇄 접촉에서 실제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단편적인 것 밖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를 전후해 야권에선 정국해결의 갖가지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다.
한때는 뭔가 금방 이뤄지기라도 할 것처럼 의원들까지 들떠있기도 했으나 두 김씨의 회견이 이런 분위기를 잠재우고 말았다.
의원들간에 나돌던 협상 안들은 대략 △쌍방이 한발씩 양보하는 대통령 직선제와 내각책임제의「절충형」 △장애물 (권력구조) 우회의 방법인 「선민주화」 방식 △선택적 국민투표등으로 사실상 새로운 것은 없다.
이중에서도 절충형은 제헌동지회 (회장 윤치영) 가 『대통령은 직선하되 상징적인 존재로, 정부형태는 강력한 내각책임제로 하면 쌍방의 의사가 모두 반영되는 것이 아니냐』며 소위 오스트리아식을 거론 한 뒤부터 야권에선 이 안의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설이 나돌았었다.
이안을 「시거」 차관보의「혁신안」에 대입해보는 인사도 있고 「릴리」대사가 야권에 타진한 안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발 더 나아가 핵심간부까지도 『김대중씨가 사면· 복권되고 공정선거가 어떤 장치나 감시기구에 의해 완벽히 보장되며 민간정치화, 군의 정치적 중립등만 이뤄진다면 「절충형」이야말로 무난하지 않느냐』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두 김씨의 회견으로 야권의 입장이 일단 정리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당이 「이민우 구상」 에 미련을 갖고있고 야권안에서도 그 같은 타협안의 재가동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협상론이 언제 또 달팽이처럼 고개를 내밀지도 모를 일이다.

<이총재 뺀건 의도적>
○…두 김씨의 회견에서 도 유의 해야할 대목은 야권지도자 3명 중 이총재가 빠졌다는 점.
이는 실세의 과시라는 측면과 「두 김」 협조체제의 보다 긴밀한 구축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두 김씨의 협력과시는 신민당을 현재의 동교· 상도동계 주류체제로 보다 견고히 유지하겠다는 뜻이며, 당권실세화의 의지까지 담고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이 총재와 비주류측의 신경을 몹시 건드리고 있다.
5월 전당대회 때 김영삼총재 체제를 출범시키기로 두 김간에 이미 묵계가 됐다는 설도 있으나 지난해 말 당 체제 정비론에 크게 덴 상도동 측은 당권얘기만 나와도 펄쩍뛰는 형편. 그러나 최근들어 조기 전당대회설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이 때문에 비주류측은 크게 반발하는 한편 자구책 마련을 위해 이미 「잠행」을 시작했고 이기택 계까지 반김 전선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이제 두 김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세대교체를 주장하면서 신 역할분담론을 들고 나오고있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선 민주론을 제창하면서 야당의 변신필요성도 주장한다. 당권을 둘러싼 이같은 당내기류가 야권의 개헌전역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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