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환자 1주에 400명씩 발병-국내 첫 사망 계기로 본 세계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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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기말의 병」이니「현대의 페스트」로 불리는 AIDS가 온통 세상을 흔들어놓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첫 희생자가 발생함으로써 충격과 공포를 몰고왔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59개국에서 2만6천명에 불과하던 AIDS판자가 반년이 지난 1월말현재 85개국에 3만9천5백명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1주일에 4백명씩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90년에 가면 환자가 3백만명, 감염자는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21세기에는 아프리카대륙을 시작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하는 학자까지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26명의 환자가운데 최초의 여성희생자(29) 가 발생해 공포감이 만연되고 있으며 AIDS의 진원지로 인정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51개국중 우간다·탄자니아·케냐등 34개국에서 환자가 보고되고 있고 특히 항체보유 남성의 배우자 70%도 항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나 호모는 물론 이성간의 성생활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AIDS환자나 감염자와의 성접촉등으로 감염이 되면 약8주후에 혈액속에 항체가 나타나는데 이를 AIDS바이러스 항체양성자라고 한다. 다시말해 바이러스의 침입은 있으나 아직 발병은 되지않은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이들가운데 10∼30% (평균 15%)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DS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와는 달리 잠복기가3∼5년으로 매우 길며 그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검사를 해보지 않는한 발병위험성여부를 전혀 알수없어 그사이 많은 사람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성적인 접촉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 특별한 예방법도 없고 병이 나도 이를 치료할만한 효과적인 약도 없다는데서 더욱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우기 발병후 3년안에 75%가, 5년안에 90%가 사망하기 때문에 발병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AIDS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면 그것을 막아내는 T세포라는 방어군이 파괴되어 병균에 이겨내는 면역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그래서 「면역결핍」 이라는 용어를 붙였다.
AIDS자체가 병이 아니고 이러한 면역결핍때문에 체내는 병균에 대해 무방비상태가 되는 것이며 이렇게되면 평소 활동을 못하던 잠재바이러스나 곰팡이들이 활동을 시작하거나 (이를 2차감염이라 한다) 새로운 병원균이 큰 저항없이 체내에 병을 일으키는 것이고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렇게 「죽음으로 인도하는병」 에는 카리니페렴을 비롯하여 카포시육종같은 희귀한 피부암에 걸리거나·중추신경조직에 발생하는 톡소플라즈마 증·결핵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환자의 3분의1정도에서 뇌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혀 이로 인한 장애가 증가하고 있어 뇌신경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뇌혈관에는 다른 약제가 도달하기 힘들어져 AIDS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아무런 저항없이 잠복하면서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쳐 가벼운 정신이상증세나 기억상실증에 걸리며 또 뇌염이나 곰팡이에 의한 뇌막염을 비롯하여 혈소판감소·뇌출혈등 중추신경계에 염증내지는 뇌혈관장애를 일으킨다는 서울대의대 이상복교수 (신경과)의 설명이다.
이번에 사망한 윤모씨의 사인에 대해 구구한 억측이 있는 모양이나 일단 AIDS바이러스항체양성자인데다 신경증상등 그간의 여러 증상으로 보아 AIDS에 의한 희생으로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AIDS에 의한 발병의 증상은 일정하지는 않으나 대개▲임파선이 붓고 아픈 상태가 3개월이상 지속되고▲미열이 수주간 또는 수개월 지속하며▲혀와 목구멍의 하얀반점▲1주일이상의 설사▲숨이 가쁘고 마른기침▲잠잘때의 식은땀▲상처가 오래가고 피가 잘 멎지 않고▲기억상실·의식혼미·멍한 행동등이 지적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은 혈액과 정액이며 눈물이나 침, 여성의 분비물에도 존재하기는 하나 그 농도는 혈액의 몇백분의1밖에 안된다.
AIDS는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나 환자와의 성교·수혈·상처를 통해, 또는 그가 사용한 주사기등이 주감염경로이며 격한 키스나 칫솔, 면도기의 공동사용도 경로가 될수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대기중에서는 죽기때문에 공기감염이나 목욕탕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외국인과 악수했다고 해서 적정할 필요는 없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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