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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낙태수술 의사 처벌 강화 결국 '백지화'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불법 낙태수술(인공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한 의사에 대해 최대 12개월의 자격정지를 내리는 처벌 강화안을 백지화했다. <본지 10월 18일자 12면> 불법 낙태수술 집도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명시한 부분도 철회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의료계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9월23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법 낙태수술 집도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못박았다. 통상 1개월까지였던 자격정지 조치 기간도 최대 12개월로 늘렸다. 하지만 복지부의 개정안 입법예고는 한동안 잠잠하던 낙태 논의에 불을 붙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 금지가 사문화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반발했다. 의사 처벌 논란은 낙태 합법화 논쟁으로까지 커졌다. 여성 단체들은 자기결정권 존중을 내세워 아예 낙태 관련법 개정까지 요구했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도 꾸준히 열렸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복지부는 진화에 나섰다. 정진엽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재검토 지시’를 밝혔고 결국 처벌 강화는 없던 일로 정리됐다.

복지부는 이번 수정안을 통해 불법 낙태수술을 '형법 위반행위'로 변경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발했던 '비도덕적 진료행위' 분류를 아예 제외한 셈이다. 자격정지 기간도 현행과 같은 1개월로 유지하기로 했다. 자격정지 처분도 현재처럼 사법처리 결과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기로 했다. 낙태 의사에 대한 사법당국의 적발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사실상 최소한의 처벌 규정만 남긴 셈이다.

한편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6가지로 정해졌다. 진료 중 성범죄와 대리수술 등 중대한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최대 12개월까지 자격정지가 가능하다.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실수로 투약한 경우 등은 1~6개월 범위 내로 자격정지 기간이 하향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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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복지부는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향후 적절한 용어를 찾아서 시행령 개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번 규칙 수정안은 내년 1월께 최종 공포될 예정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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