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혁 등 몇 년째 말만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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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 경제부처의 새해 업무계획 보고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부처별로 체계를 잡아 올해의 주요업무계획을 보고·발표하는 것이 우리 관가의 낯익은 풍속도다.
그것은 60년대 이후 줄곧 강조되어온 경제의 강력한「계획」기능이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하에서의 행정풍토를 상징하는 한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매년초의 각 부처 업무계획보고를 통해 뭔가 국민의 눈을 꼴만한 「새롭고 큰」정책사업의 보따리가 끌러지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왔었고, 매스컴도 자연히 각 부처의 새해 업무계획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각 경제부처의 새해 업무계획에는 눈이 확 뜨일만한 새롭고 큰 이야기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하나의 공통점이다.
신문기자들의 직업적인 말투로 표현하자면 「머릿감」들을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전환이 본격화되었고, 그에 대응하는 정책의 큰 줄기가 그때그때 이미 발표되고 실행에 옮겨졌기 때문이다. 기계류 및 부품 산업육성대책, 혹자시대의 통화관리, 대외통상정책 등이 그 같은 예다.
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앞당겨진 경제정책의 전환은 이미 지난해의 예산국회를 전후하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터다.
농어촌대책·복지예산·국민연금제·전국민 의료보험 등이 어디 한 두번 들어본 소리들인가.
하기야 우리 경제도 이제는 매번 새롭고 큰 「거리」만 찾을 때가 지나긴 했다. 이를테면경제의「외연」을 찾기보다는 실팍한 「내실」을 기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하며, 그럴수록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이제는 「계획」기능보다 「실천」기능이 더 강조되어야 할 때다.
단적인 예로 금융산업개편이나 세제개혁과 같은 일들은 벌써 몇 년째 업무계획 보고 때 빠짐없이 오르는 단골 「메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 더 앞선 일이 아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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