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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야생마' 김주성씨 멈추지 않는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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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삼손처럼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아시아 축구 무대를 휘저었던 '야생마' 김주성(37)씨. 그는 국내 프로 운동선수 출신 중 가장 '가방끈이 긴(고학력인)' 사람으로 유명하다.

현역(부산 대우) 시절 경성대에서 스포츠사회학 박사과정을 밟았던 金씨는 2001년에 학위를 취득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올 7월까지 미국에서 어학 연수도 받았다. 이런 金씨가 또 다시 공부하러 해외로 떠난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축구행정가 양성 과정(1년)에 등록한 金씨는 다음달 출국한다. 金씨는 영국 레이스터~이탈리아 밀라노~스위스 취리히로 옮겨다니며 축구 계약관련 법률과 국제적인 마케팅 기법 등을 연구하게 된다.

FIFA가 대륙별 축구행정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올해 네번째 개설한 이 과정에 한국인으로서는 金씨가 처음 문을 두드렸다. 金씨는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 출신 1호 입학생 기록도 갖게 됐다.

그는 현재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다. 金씨는 "축구와 관련한 국제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 이 과정을 수료한 뒤에는 FIFA와 대한축구협회를 원만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얼마 전 후배인 홍명보 선수(LA 갤럭시)가 "FIFA 회장을 하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나는 그 정도 큰 꿈은 없지만 후배들을 위해 '축구 행정가'라는 길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金씨는 국가대표로 자주 외국에 나가면서 영어 한 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러웠고, 이를 계기로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창 전성기였던 1988년에 한양대 교육대학원 야간 과정에 입학한 金씨는 프로 경기와 훈련에 쫓기면서도 주 1~2회 부산에서 상경해 꼬박꼬박 수업을 받았다.

金씨는 우리 학원축구가 아직도 선수들을 '운동 기계'로 내모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 FIFA가 지나치게 '축구를 이용한 돈벌이'에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金씨는 "스포츠가 21세기 최고의 성장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실에서 FIFA의 상업성 추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이익을 최대한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전문가다운 진단을 내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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