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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서 반가운 손님” 지진 후 경주에 첫 수학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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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해제중 학생들이 석굴암을 돌아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해제중 학생들이 석굴암을 돌아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억쑤로 반갑심더. 그카고 참 고맙심더.” 지난 8일 오후 1시 경북 경주시 불국사 숙박단지 내 H유스호스텔. 최양식 경주시장과 김대유 경북관광공사 사장, 경주시 공무원 10여 명이 황남빵 200개, 곰 인형 2개, 커다란 꽃다발을 챙겨 들고 나타났다. 유스호스텔에 묵고 있는 전남 무안군 해제중학교 학생과 교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최 시장과 김 사장은 “멀리 전라도서 여게(경주)까지 수학여행을 와줘 참 반갑고 고맙심더. 잘 오셨어예”라며 황남빵 등을 전달했다.

전남 무안군 해제중 110명 찾아
교장 사전답사 후 “안전하다” 판단

지난 9월 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 발생 후 처음으로 경주에 수학여행단이 왔다. 지진 발생 후 꼭 57일 만에 찾은 반가운 손님이다. 해제중은 학생·교사 등 110여 명으로 수학여행단을 꾸려 지난 7일 사흘 일정으로 경주를 찾았다. 이들은 9일 오전까지 불국사 숙박단지 유스호스텔에 머무르며 불국사·석굴암 등 유적지를 견학하고 돌아갔다.

경주는 수학여행의 명소다. 한 해 전국 800여 개 학교에서 56만여 명의 학생이 수학여행을 온다. 지진 발생 전인 올 5월 이전에 520여 개 학교, 36만여 명이 다녀갔다. 예년과 같았다면 9~11월 280여 개 학교 20만여 명이 불국사 주변 27개 숙박시설을 찾아야 하지만 지진 발생 후 수학여행단은 경주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런 분위기에서 해제중의 경주행은 쉽지 않았다. 또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고 불안해서다. 실제 수백 차례의 여진도 있었다. 이에 홍명표 교장 등 3명의 해제중 교직원은 1박2일 일정으로 지난달 29일 경주를 먼저 찾았다. 사전 안전 답사에 나선 것이다. 경주시에도 알리지 않았다. 이들은 불국사 숙박단지의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고, 안전진단 결과표를 요청해 살폈다. 견학 예정지를 다니면서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도 직접 눈으로 살폈다. 그리고 무안으로 돌아가 학교운영위원회 측에 “경주는 안전하다. 수학여행지로 문제가 없다”고 알렸고 이후 경주행이 최종 확정됐다. 홍 교장은 “학부모들이 불안해했지만 사전 안전 답사에 실제 수학여행을 와서 견학까지 해 보니 지진에 대한 불안은 단순한 걱정일 뿐이었다. 경주는 수학여행지로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영 경주시 관광컨벤션 과장은 “경주시 공무원들은 해제중을 ‘전라도 반가운 손님들’로 따로 부를 만큼 고마워하고 있다”며 “ 내년 봄부터 경주 수학여행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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