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해승, 친일파 맞다"…그랜드힐튼호텔 회장에게 물려준 300억 재산 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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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강제합병 이후 후작 작위를 받은 이해승이 후손에게 물려준 300억원대 재산이 국고로 환수된다. 이해승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맞다는 9일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서다.

대법원 1부(대법관 이기택)는 이날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이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안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가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이 회장이 “친일재산 확인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서도 “친일 재산이 맞고, 환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해승은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이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친일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이해승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0년 일본 정부로부터 후작 작위와 함께 은사금 16만8000원을 받았고 그해 일본을 방문해 이토 히로부미의 묘에 참배한 것으로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그는 1917년부터는 ‘친일파’ 이완용 주도로 설립된 친일단체 불교옹호회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해승은 일제 신민통치에 협력해 쇼와대례기념장(1928년)을 받았고 자발적 황국신민화 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조선임전보국단의 발기인에 등재(1941년)한 이력이 있었다.

이런 친일 행적이 드러나면서 이해승이 일제강점기에 때 축적한 재산이 도마에 올랐다. 그가 보유했던 서울 은평구 일대 토지는 친일재산으로 판단돼 ‘친일ㆍ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에 따라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에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회장은 “조부는 대한제국의 황실 종친으로 후작 작위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하지 않았다”며 “친일행위자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또 국고 환수가 결정된 재산에 대해서도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은 한일합병에 기여해 그 공으로 작위를 받은 사람의 재산을 환수하도록 한 것인데, 조부의 재산(은평구 토지)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재산 환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해승이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는 인정하지만, 한일합병의 공으로 후작 작위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회장의 주장 일부를 인정했다. 이에 “(정부가 이해승의) 재산을 환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친일진상규명위의 모든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한일합병 직후 후작작위를 받는 등 친일행위의 대가로 각종 이권과 특혜를 부여받은 것이 맞다”며 “식민지 토지정비정책에 편승해 토지를 받은 것으로 볼 여지를 배제할 수 었다”고 판시했다. 또, 이해승의 토지 환수에 대해서도 “친일재산이기 때문에 국가가 환수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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