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 특별기구의 상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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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문종식의 절규와 호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두환대통령은 고문방지기구의 상설을 지시했다.
이 기구는 사회 각계 각층의 지도급 인사가 참여하여 인권보호를위한 법적·제도적 방안을 연구·건의하는 기능을 맡게될 것같다. 운영여하에 따라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둘것으로 짐작된다.
고문은 확실히 인간이 저지르는최악의 범죄다. 그러기에 헌법(11조2항)과 형사소송법은 고문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특가법은 고문한 자를 무기형으로 까지 엄하게응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고문 처벌규겅이 이처럼 일본의그것(7년이하)보다 몇십배 강한데도 불구하고 고문이 사라지지 않고 이 법 제정후 단 한번도 적용된적이 없이 거의 사문화된 것은 무엇때문인가. 고문이 그만큼구조적인 범폐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게 한다.
따라서 고문의 근절은 그리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엄존하는 법적제동장치에도 불구하고 고문이 성행하는원인 규명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고문을 뿌리째 뽑겠다는 결연한의지와 함께 고문방지 상설기구가설치되어야만 비로소 실효를 기대할 수 있다.
고문을 줄이는 법적·제도적 방안도 얼마든지 더 강화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의 「미란다권리」( Miranda Rule)처럼 경찰이 체포하는 순간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변호사 입회를 요구할수있다」는 규정을 신설할 수도 있고 프랑스처럼 인권성을 둘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형사소송법제72조에 구속전에 수사관계자가 「변호인 선임과 변명기회 부여」를 말해주도록 의무화하고 묵비권 행사도 보장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는 말은 듣질 못하는 것은 공권력 행사자들의 실천의지가 없는데서 기인한다.
법전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연행」이란 문귀는 찾아 볼수없는데도 영장없는 불법연행이 자행되고 있는것도 이와같은 이유에서다. 숨진박종철군도 영장없이 연행되고 밀실에 감금당한채 고문으로 생명을잃지 않았던가.
이같은 수사관행의 개선은 그럴듯한 제도보다 뿌리깊은 인권경시와 탈법과 불법수사를 예사로 하는의식 구조를 뜯어고쳐야 가능하다.
중요 범인 검거에 특진과 엄청난 포상이 걸리고, 못잡으면 문책과 징계가 뒤따르고,「일제소탕」과「지상명령」이 거듭되는 가운데 경찰관의 자질과능력이 그 의욕을 못따르는 수사환경의 개선도 시급하다.
외부와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밀실수사, 호텔수사, 별관수사가 존재하는한 고문을 막기도, 입증하기도 힘들다. 고문에 의한 불법수사의 효과를 무력화시킬수 있는 사법적 제어기능이나 검찰등 수사기관 사이의 통제와 감시가 제대로 안되고 얼핏 유착되어 있는 듯한현실도 시정되어야 한다. 또 공개된 장소외에서의 수사는 위법으로규정하고 신문기자와 일반인의 감시 기능등 사회적 통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고문이란 야만행위는 수사기술의 과학화나 법조문을 몇군데 고침으로써 근절되지 않는다.이 기회에국가와 공권력의 존립목적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재산과 생명과 인권보호이고 공권력 행사자들이 법과인권을 파괴하지 않고 보호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혁명적 변화가 무엇보다 긴요하다는걸 다시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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