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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지명 철회, 2선 후퇴 안 하면 정권 퇴진운동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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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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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4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원내지도부를 차례로 만났다. 국민의당을 방문한 한 실장이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한 실장은 1999~2001년, 박 원내대표는 2002~200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동교동계’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사진 박종근 기자]

야당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담화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야 3당 대표는 담화 직후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세 번째 사과가 곧 나올 것”(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민심과 어긋난 책임 회피 담화”(정의당 심상정 대표)라고 일제히 혹평했다.

민주당 “대통령 상황 인식 절망적”
문재인 “중대 결심 늦추지 않을 것”
박지원 “세번째 사과 곧 나올 것”
안철수, 개인적 하야 서명운동 시작
당 차원 본격적 하야 공세는 자제

민주당 추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상설특별검사가 아닌 별도의 최순실 특검 및 국정조사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대통령의 2선 후퇴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등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국민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탈당, 여야 3당 영수회담에서 총리를 합의 추대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이 있느냐”며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 하야가 답”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박 대통령에게 또 한 번 공을 넘긴 상황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주로 문제 삼았다. 추 대표는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그저 개인사로 변명하고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국정을 붕괴시킨 뿌리가 자신임을 조금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절망적이다. 지금은 수습이 아니라 대수술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금태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대통령 본인이 직접 요청하고 기업들이 마지못해 응했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지는 시점에서도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들’이라며 강제성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도 “어떻게 최순실씨와 그 일당들이 한 일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한 일이라고 여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담화에 비판적 입장을 발표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분노스러운 것은 지금의 난국을 수습할 그 어떤 해법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끝내 국민에게 맞선다면 중대한 결심을 더 이상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별도 입장을 내고 “(박 대통령은) 총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고 질문도 받지 않았다”며 “사실상 국정을 계속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부터 개인 의원 자격으로 온라인을 포함해 (대통령 하야)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는 별도로 야권은 최소한 당 차원에서 본격적인 하야 정국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여러 가지 요구 조건을 내걸기도 했지만 총리 지명 철회 요구에 무게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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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인사차 예방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 그 말씀(총리 지명 철회)을 안 해 야당 입장에서 어떻게 국정을 풀지 잘 모르겠다”며 “지명 철회를 잘 설득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옛 동교동계 식구였던 한 비서실장에게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분이 국무총리로 갔으면 갔지, 비서실장이 웬 말이냐”며 까칠하게 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글=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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