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거진M] “혼자만 어른이 된 소년 역할…나도 한때 친구들과 다른 세계 살았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기사 이미지

신작 ‘가려진 시간’의 주연을 맡아 시간이 멈춘 세계에서 홀로 어른이 되어버린 남자를 연기한 강동원. [사진 쇼박스]

올 초 영화 ‘검사외전’으로 97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 파워를 제대로 증명한 배우 강동원(35). 그가 돌아온다. ‘잉투기’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 영화 ‘가려진 시간’(16일 개봉)으로다. 둘만의 암호로 애틋한 우정을 나누던 외로운 소녀 수린(신은수)과 성민이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놀러갔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수린 앞에 며칠 후 자신이 성민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멈춰버린 시간 안에 갇혀 혼자만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성민의 말을 그 누구도 믿지 않지만, 수린만이 그를 믿는다.

실종 며칠 만에 청년 돼서 나타나
시간 멈춘 세상 다룬 판타지적 설정
소리도 바람도 없는 장면 찍느라
영하 20도 산속, 바닷가서 고생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재미있어
지인들과 맛집 투어 유일한 취미

‘가려진 시간’은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멈춰진 시간을 구현한 비주얼과 동화 같은 이야기의 힘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내면은 아직 소년 그대로인 성민을 연기한 강동원이 있다. ‘초능력자’ ‘전우치’처럼 대놓고 판타지적 설정인 영화의 주연은 물론 ‘군도:민란의 시대’와 같은 사극에서 악역을 맡으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던 그다. 성민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소년의 감성을 그대로 투영해야 해 쉽지만은 않았을 인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기사 이미지
‘가려진 시간’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판타지임에도 현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는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시간이 멈춰버린 세계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특별히 참고한 작품 없이 오직 시나리오에만 집중해 촬영했다.”
신인 감독의 작품인 데다 다소 생소한 판타지 드라마임에도 강동원이란 배우가 캐스팅되며 투자가 잘 진행됐다고 들었다.
“내가 타율이 꽤 좋다. 올 초에는 ‘검사외전’으로 홈런도 쳤고(웃음). 아무래도 투자가 좀 더 수월해진 건 맞다. 감독님도 신인이고 대부분 스태프가 나보다 어려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시간이 멈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제작 여건상 그냥 대사 처리로 끝내야 하는데, 내가 욕심부려 영상으로 찍은 장면들도 꽤 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면.
“대부분 야외에서 촬영을 했는데, 세트를 갖춰놓고 촬영했어야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시간이 멈춰 바람도 날리지 않고 어떤 소리도 없는 세상에서 오직 친구들과 성민만 늙어가고 있단 설정인데, 야외 촬영장에선 바람이 너무 많이 부니까(웃음). 특히 바닷가에서 촬영할 때 너무 힘들었다.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게 헤어 스프레이를 뿌리고, 스태프들이 바람을 막아서고…난리도 아니었다. 영하 20도의 추위를 견뎌야했던 산속에서의 촬영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기사 이미지

‘가려진 시간’의 수린(신은수)과 성민(강동원). 믿음에 대한 질문을 판타지 드라마로 풀어낸 영화다.

어른이지만, 소년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성민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내 또래인 30대 남성 관객이 봐도 낯간지럽지 않게 하고 싶었다. 성민이 너무 아이 같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지적 수준이 높은 어른이 되어있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 최종적으로 연기한 톤이 마음에 든다.”
배우 강동원이 성민과 통하는 지점도 있었을 것 같다. 평범한 삶은 아니니까.
“1999년에 모델로 데뷔해 20대 초반부터 굉장히 왕성하게 활동했다. 친구들과 너무 다른 세계에 살다 보니 대화가 통하는 부분이 별로 없었고, 주로 혼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엔 혼자 있으면 갑갑하고 싫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손 대는 작품마다 대부분 흥행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일단… 열심히 했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새로운 걸 하고,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 구조가 탄탄하고 신선한 소재인지, 재미있게 읽히는지를 본다. 신인 감독이라 해도 상관없다. 어렸을 때부터 좀 삐딱한 기질이 있어서 그런가(웃음). 연출은 잘 모르겠지만, 영화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

강동원의 차기작은 이병헌, 김우빈 등과 호흡을 맞춘 ‘마스터’다. 희대의 사기범을 다룬 얘기로 12월 개봉한다. 연이어 개봉작을 내놓으며 쉼없이 활동하는 일이 지치지는 않을까. 그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건 좀, 별로다. 유일한 취미라면 지인들과 맛있는 음식 찾아다니며 먹는 정도? 이미 내년 스케줄도 빡빡하다(웃음).”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