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론|경제대국으로 가는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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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대국을 이룩하는 또 한가지 중요한 요건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큰 투자를 할수 있는 사회적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기업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사회가 올바른 이해를 갖도록 정부가 계발한다면 그 효과는 클 것이다.
다행히 우리 경제는 지금「3저」의 순풍을 맞아 수출이 크게 신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증대 효과가 수입원부자재의 단가상승·물량의 증가, 엔화 차입금상환 추가부담액, 엔화차입금 평가손등으로 상쇄되고나면 과연 엔고 효과의 실익이 어느 정도인가하는 괴의논도 있다.
그것을 구체적인 숫자로 시산해 보면 엔고에 따른 수출증가액은 수출단가인상에서 16억달러, 물량증가에서 27억달러로 합계 43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수입 사이드에서 우선 수입증가액이 10억달러, 국산 원부자재 증가분 6억달러,기존 대일 수입원부자재비 추가부담액 26억달러, 합계 42억달러로 결국 무역거래상 엔고의 플러스·마이너스 효과는 겨우1억달러 플러스로 분석되고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엔고 대응책의 일환으로 내수중심의 경제정책을 세우고 있으며, 또 일본기업들도 경영합리화와 자동화등으로 원가절감을 단행하는 한편, 생산원가가 낮은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지생산을 확대하여 부품·원자재를 저가로 수입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구에 그와같은 엔고 대책을 일본이 완전히 실천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다시금 큰 타격을 받게될 것이다.
엔고 이후 미국과 일본은 어떤 변화를 맞고 있는가.
우선 무역마찰을 타개하기 위해 엔고의 현실을 연출했던 미국은 40%의 달러화 평가 절상 (대엔화)에도 불구하고 대외무역적자와 대일 무역적자는 여전히 증가일로에 있다. 지난해 1천5백억 달러였던 미국의 무역적자는 엔고가 1년 이상이나 진행된 86년에도 2백억 달러가 더 늘어나 1천7백억 달러가 될 것 같다. 대일 무역적자도 5백억 달러 규모로 85년보다 오히려 15%나 늘었다.
엔고의 당사국인 일본의 경우 당연히 수출은 줄어들고 경제활동전반이 위축될 것으로 많은 경제분석가들이 전망했었다. 오늘의 현실은 도리어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는 엔고와 상관없이 계속 늘어나 작년에 6백16억달러 규모였던 것이 올해는 9백억달러를 기록, 세계최대의 무역흑자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엔고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무역흑자가 이처럼 계속 늘어가기만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첫째는 부단한 첨단기술의 축적과 원가절감의 피나는 노력으로 엔고에 의한 대외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고, 오히려 상품력을 더 높여가고 있다.
물론 일본의 수출산업체중 특히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적지않은 타격을 받았지만 이들은 내수진작정책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일본의 국부」라는 측면에선 엔고로 인해 일본의 모든 국가자산가치가 40% 이상 상승하고 있을뿐 아니라 대외순자산 잔고도 85년의 경우 전년대비 1·7배나 증가한 1천3백억달러를 기록해 경제대국으로서 세계최대의 채권국이며 또 부국이 되었다.
오늘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부국달성의 일념으로 정치도, 외교도, 문화도 경제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도 하루 빨리 사회혼미를 극복하고 세계의 발전하는 나라들과 경제적 격차를 줄여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을 위해서 우리는 구체적인 개별 수출진흥책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야한다.
첫째는 인재의 확보다.
훌륭한 경영자를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찾아내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박태준씨 없는 포항제철은 생각할수 없고, 정주영씨 없는 한국 자동차의 미국진출 성공도 있을수 없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괄목할 발전을 이룩한 대한항공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아이아코카」 회장이 없는 미 크라이슬러사의 재건 또한 가능했겠는가.
그들은 경영군의 자질과 능력이 기업의 운명을 얼마나 좌우하는가를 여실히 말해주는 실증적 인물들이다. , 최근 신문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철도와 전신전화사업도 민간기업의 기법을 도입, 대담한 경영쇄신을 단행한 결과 대폭적인 경영개선이 이루어졌다. 연간 3백억원의 적자가 85년에는 3분의1인 1백억원으로 줄어 들었는데 1조원이나 되는 누적적자도 점차 해소될 전망이라고 한다. 장군출신의 한 경영자가 지휘·운영함으로써 4O년동안의 병폐가 치유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낭보다.
그러나 유능한 경영자는 언제나 수없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는 오랜 시일을 두고 꾸준히 양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영의 책임자는 지도력과 덕망, 그리고 창조성, 정확한 판단력, 강력한 실천력 등 자질을 고루 갖추어야하며 국가의 지도자나 회사의 사장, 한 가정의 가장도 이점에선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이나 무역실무에 정통한 판매관계의 인재육성도 시급하다. 기업은 생산만으로는 안되고 그것을 팔수 있는 기술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역에는 예리한 국제감각과 풍부한 경험·지식이 특히 필요하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그러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핵으로 세계시장에서 다양한 판매술을 구사하고 있는것은 우리나라 기업도 배워야할 점이다.
둘째는 자금의 조달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차입한 돈의 원리금 반제를 한번도 지체한 일이 없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높은 신용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따라서 세계은행등 국제금융기관을 비롯하여 민간베이스에서도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기업은 좋은 계획만 있으면 유리한 조건으로 융자를 받을수 있는 실정이다.
우리 나라가 경제 개발에 착수했던 1959년부터 84년까지 4반세기 동안 도입한 외채는 모두 5백50억여 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2백20억 달러의 이자를 지불했고 1백20억 달러의 원금을 상환, 84년말의 잔고는 4백31억 달러였는데, 지난 85년에 다시 37억 달러가 늘어 외채 잔고는 4백68억 달러에 이르렀었다. 한편1945년부터 65년까지 20년 동안 40억 달러나 되는 미국의 무상원조가 있었다는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는 전례없는 무역흑자에 의한 국제수지호전으로 총외채규모는 23억달러나 줄어들어 현재의 잔고는 4백45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새삼 수출증대가 우리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를 실감하며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국가·사회에 긴요한 것이 아니면 외채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준별함으로써 외화절약에 더욱더 유의해야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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