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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기록 경신중 나사 빠졌다…시속 80km 문열고 달린 무궁화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철도노조 파업이 최장기 기록을 경신하는 와중에 무궁화호 열차가 출입문이 열린 상태로 달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쯤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익산역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의 5호차 출입문이 평택역 부근에서 열렸다. 이 열차는 문이 열린 상태로 천안역까지 21㎞를 13분 동안 이동했다. 객차 7량에 85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이 열차는 시속 80㎞정도로 달렸다. 휴일이어서 입석 승객도 많았으며 열차와 열차 사이 공간에 서 있던 일부 승객들은 공포에 떨었다. 열차는 기관사 1명과 여객전무 2명이 운행했지만 달리는 도중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코레일 측은 천안역에 도착한 이후 열차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조치를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평택역에서 열차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출발했다”며 “평택역 출발 직후 문이 열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측은 “일부 승객이 고객센터에 항의했으나, 승무원에게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다친 승객은 없었지만 승객들이 놀라는 등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센서 이상 등으로 문이 열린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이번 사고는 철도파업 장기화로 인한 열차 점검 및 차량 정비 인력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열차는 한 달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기 점검을 받는데 인력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정비가 허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정비원의 파업 참가율은 76%로 기관사(96.2 %), 열차 승무원(91.7%)에 이어 셋째로 높다.

철도파업 35일째인 지난 31일 전체 열차운행률은 평시의 84%에 머물러 승객 불편과 화물운송 차질이 이어졌다. KTX와 통근열차는 평시와 같이 100% 운행하고, 수도권 전철은 2052대에서 1814대로 줄어 운행률이 88.4%에 그쳤다. 새마을호는 46대에서 27대로 줄어 운행률이 58.7%에 머물고, 무궁화호는 268대에서 167대로 줄어 62.3%다. 화물열차는 53.8%로 떨어졌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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