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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고 노는 ‘픽미세대’ 약진…2017년 키워드는 치킨 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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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난도 교수 내년 트렌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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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 [사진 미래의창]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각자 살아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본격화됩니다.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지극히 현재 지향적인 소비생활을 뜻하는 ‘욜로(YOLO) 라이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요.”

‘각자도생’ 등 10가지 특징 꼽아
지금을 만끽하려는 욕구 강해져
경험이 경쟁력이자 상품으로
다음·코트라는 ‘재미있는 소비’ 꼽아

시대 흐름을 읽는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53)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가 2017년 한국사회상을 이렇게 전망했다.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다. 김 교수가 2007년부터 제공해온 한 해 트렌드는 각종 사회상을 분석해 추출한 소비 트렌드다. 닭띠해인 내년 정유년(丁酉年) 키워드로 김 교수는 ‘치킨 런(CHICKEN RUN)’을 제시했다. 원숭이해인 올해의 키워드는 구름사다리를 뜻하는 ‘멍키 바(MONKEY BAR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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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키워드 치킨 런은 2000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제목이다. 치킨파이 재료로 잡혀갈 위기에 처한 농장의 닭들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탈출을 모색하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 처한 상황이 양계장 닭들 같다. 기어이 하늘을 날아 공포의 닭 농장을 탈출한 영화 속 닭들처럼 대한민국도 새롭게 비상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키워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치킨 런의 영어 알파벳 10개를 각각 내년 10개 트렌드의 첫 알파벳 글자로 삼았다. 치킨의 첫 ‘C’를 따 첫 번째 소비 트렌드 ‘C’mon, YOLO!’를 만드는 식이다. 이들 10개 소비 트렌드를 종합하면 한국사회의 내년 흐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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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건 맨 마지막 ‘N’을 활용한 10번째 트렌드 ‘각자도생의 시대’다. 영어로는 ‘No One Backs You Up’이라고 표현했다. “개인주의적 생존전략이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각자도생 증후군인 ‘나는 억울하다’는 승복 부재의 감정과 ‘나는 네가 싫다’는 타자 혐오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자기지향적 트렌드는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자는 ‘욜로(YOLO)’라이프와 ▶업그레이드된 제품의 가치를 즐기는 ‘B+ 프리미엄’ ▶혼자 먹고 혼자 노는 1인 소비 ‘1코노미’ ▶경험이 곧 경쟁력이자 상품이 되는 ‘경험 is 뭔들’ 등의 트렌드와 연결된다.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현상도 나타난다.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진실의 순간’을 이끌어낼 힘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는 ‘영업의 시대가 온다’ ▶소비자의 작고 사소한 요구가 점점 중요해지는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등의 트렌드다. 이 밖에 ▶보이지 않는 배려기술 ‘캄 테크’와 ▶최근의 공간 정리 바람과 연관된 ‘버려야 산다’도 ‘2017 트렌드’로 꼽혔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20대를 ‘픽미세대’라고 정의했다. “‘나를 선택해 달라’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사는 세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지만 선택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단한 세대”란 의미를 담았다. 이들 픽미세대의 특징은 ▶디지털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로 ▶저성장기에 어른이 돼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져있고 ▶공유에 익숙해 실속 있는 소비에 집중하며 ▶가벼움과 유머를 미덕으로 여기고 ▶기성세대가 주입한 가치관을 거부하지만 ▶위험한 모험보다는 소박한 안정을 선호하며 ▶정치성향은 종잡을 수 없는 양상을 보인다. 김 교수는 “이들은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역인 동시에 사회 변화의 중심 세력으로서 대선이 있는 2017년 가장 주목받는 연령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브랜드보다 가성비 추구”=다음소프트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뽑아낸 『2017 트렌드 노트』(북스톤),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펴낸 『2017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 코트라(KOTRA)가 전세계 86개국 주재원들의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알키) 등도 나왔다. 이들 책이 전망한 2017년은 명분(브랜드)보다 실리(가성비)를 추구하고, 장기적인 미래 계획보다는 현재 느끼는 ‘즉시적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회다. 또 의무감이 아닌 재미감을 따라 ‘덕질’을 하고, 마카롱·양말 등 ‘작은 선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코트라가 밝힌 세계 시장의 소비 트렌드 역시 ‘데일리 디톡스(일상에서 찾는 휴식)’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맞춤형 휴가’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식사 그 이상)’ 등으로 소소한 생활 속 만족을 지향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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