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데이를 앞둔 지난 주말 저녁 서울 이태원 거리에 최순실이 나타났다.
선글래스를 머리에 얹고 흰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 영락없는 최순실씨의 모습 그대로다. 손에는 '대통령 연설문 수정'이라고 써있는 '연설문 뭉치'도 들었다.
또 다른 사진에선 손에 들린 종이에 '#내딸 #정유라 #이대 #합격 #성적 #성공적'이라는 해시태그가 써있다. 좀비가 된 경찰은 최씨와 나란히 섰다.
최씨의 분장을 한 A씨는 이메일을 통해 "원래 다른 걸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회 풍자와 블랙코미디로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싶어서 최씨의 분장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의 분장 사진은 온라인에서 전파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승마복을 입고 말을 탄' 최씨의 딸 정유라씨도 출현했다. 정씨가 탄 말에는 '돈도 실력이야'라고 쓴 띠가 둘러져있다. '무당'이 뒤에 서서 정씨를 보호한다.
할로윈파티가 열린 지난 29일 밤 이태원 거리에서 눈길을 끈 풍경이다.
이날 거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면을 쓴 분장도 눈길을 끌었다. 옆에는 화려한 '오방색' 한복을 입고 부채를 든 선글래스 낀 남성이 함께 했다. 차은택씨를 연상케 한다.
같은 날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서도 최씨의 국정농단을 풍자한 퍼포먼스가 집회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씨의 복장을 흉내낸 한 참가자는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한 인형을 조종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박 대통령이 고삐를 잡은 말을 탄 '유라'는 '이모, 잘 좀 끌어봐'란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배송메세지 고치는 일이 취미입니다'라며 홍보용 패러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최씨의 복장을 한 여성 사진 아래 '태블릿 PC 할 줄은 몰라도 (해당 쇼핑몰) 주문 방법은 알아요'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 같은 패러디에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대체로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반면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온 국민의 혼이 비정상이 될 지경"이라는 게 한 누리꾼의 자조 섞인 일침이다.
▶[사진첩] '최순실 국정농단' 패러디물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