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와대 '무늬만 압수수색' 논란…임의제출이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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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임의제출 형식이라는 '무늬만 압수수색'으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초반에는 협조적인듯 하던 청와대가 돌연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국가기관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검찰은 29일 오후 2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 이영선 행정관 등 5명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안 수석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정 비서관은 대통령 연설문 등이 최씨에게 사전에 유출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법률상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수사관들이 사무실 내부로 들어가지는 못한 채 검찰이 요구하면 청와대 측에서 관련 자료를 가져오는 형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11조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해선 본인 또는 해당 기관이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할 경우 소속 기관 또는 감독기관의 승낙 없인 압수수색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속 기관 또는 감독기관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은 설명할 수 없지만 청와대 측과의 협의하에 압수수색 집행을 실시하고 있다"며 "오늘 집행이 가능한 압수대상은 집행하고, 어려운 부분은 내일 집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의 김광삼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관들이 강제로 자료를 압수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임의로 선택해서 자료를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보면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뒷북수사'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오후 7시쯤 검찰은 "청와대에서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압수수색 집행에 지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압수수색 불승인은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며 "영장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제출받은 자료는 별 의미가 없다"며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검찰은 안 수석 등 5명의 자택과 김종 문화관광체육부 2차관,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의 자택·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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