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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촛불집회 참가 고교생 “뒷세대에는 이런 나라 안 물려주려고요”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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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는 유례없는 비난에 휩싸여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일명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사건들 때문이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사실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국회가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라북도 전주에서도 박 대통령 하야 촉구 시위가 벌어졌다.

28일 오후 6시 30분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하여가’가 아닌 ‘하야가’로 삼행시를 지어 문자로 보내 읽어주는 행사가 집회 중간중간 이루어졌고, 직접 앞에 나와 자신이 지은 삼행시를 외치는 학생들도 있었다.

집회 중 진행된 문화공연.

두 차례 진행된 문화공연에서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공연을 즐겼다. 한 시간가량 풍남문 광장에서의 촛불집회 후에는 밖으로 나가 새누리당 전북도당 앞까지 촛불 행진을 했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는 중·고등학생의 참여율이 높았다. 약 400명 규모의 집회 참가자 절반 이상이 교복을 입은 중고생이었다. 촛불 행진을 할 때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깃발을 들었으며, 판넬을 들고 행진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 몇 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정호(전라고등학교, 18세)

-시위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친구 한 명이랑 같이 전라고 시국선언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망설이던 차에 시위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그 친구가 알던 한 시민단체 간부를 통해 저희가 시위를 홍보하게 되었어요. 교내뿐만 아니라 SNS에서도요!"

-참여 후 느낀 점이 있다면?
"후대에는 이런 나라를 물려주지 말고 더욱더 좋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저희는 이 집회에 참여했어요. 학생들도 많이 참여해줬고, 보람차고 마음에 와 닿는 집회였어요."

-이번 사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민주주의를 아예 짓밟은 사태입니다. 저희는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는데, 저희 기대를 저버리고 최순실이라는 아무런 공직에 서 있지 않은 민간인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소이노(호남제일고등학교, 18세)

-시위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얘기해줘서 꼭 참석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참여 후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저희 아버지가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행동을 해야 무엇이라도 바뀌잖아요. 그래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은?
"정말 말도 안 되고 쪽팔립니다."


A양(전주제일고등학교, 18세)

-시위에 어떻게 참석하게 되었나요?
"친구가 시위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는데,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시위에 참여한 후 느낀 점이 있다면?
"무조건 대통령이 위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보통 사람들도 힘이 있구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놀랐어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리석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대통령께서 본인의 지위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좀 실망스럽습니다."


N양(유일여자고등학교, 18세)

-시위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친구한테 오늘 시위가 있다고 들었는데 듣자마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위에 참여한 후 소감이 어떠세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서 좋았어요. 특히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나와라 최순실! 나가라 박근혜!"

학생들과의 인터뷰 후, 풍남문 광장으로 돌아가 집회 뒷정리를 하고 있던 유기만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전북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유기만이라고 합니다."

-촛불집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뉴스나 언론을 통해서 다 알겠지만, 비선 실세 논란이 기정사실로 되었잖아요? 시민 사회 단체들도 시국 선언을 통해서 현재 국정 문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보자고 했습니다. 기자회견도 하고,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도 개최하자고 의견을 모아 열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위에는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는데요.
"26일에 저희가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어요. 여기저기 대학에서도 시국 선언을 하고 있고요. 전라북도만 해도 전주대와 전북대가 시국 선언을 해서 ‘아, 학생들도 이렇게 호응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막상 와보니 대학생들보다 중·고생들이 많이 나와서 중·고생들이 대응도 빠르고, 사회를 보는 인식이 올바르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집회가 끝난 뒤 심정은요?
"집회 시간을 잡아놓고 몇 명이나 올까 초조했어요. 오늘 이렇게 모인 걸 보고 ‘시민들이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고 있구나. 안 듣고 있는 것 같지만 다 듣고 있구나. 그리고 이런 걸 같이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민주국가가 수립 이래 우리가 일구어놓은 민주주의의 과정들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으로 생각해요. 국민을 위한 조직이 일개 몇 명의 민간인들에 의해서 흔들리는 이 사태는 헌법이,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주의가 제대로 확립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더욱더 강력하게 요구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초등학생들도 아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과 2항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출한다. 투표권을 행사해서 뽑은 대통령이 국정을 대신 운영하게 함으로써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의 얼굴에 먹칠도 아닌 똥칠이 되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거나, 개성공단을 폐쇄하거나, 대한민국 영토 내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결정 등이 국민의 의견을 잘 대변했다곤 할 수 없다. 오히려 국민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국민은 그동안 합법적인 시위 등을 통해 의견을 피력하려 애썼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무시로 일관했다. 현재 상황은 국민에게 등 돌린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오늘 시위는 국민들이 그동안 박 대통령과 정부에게 얼마만큼 화가 났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시위 내내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 어린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많은 학생이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나라의 앞날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내일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이다. 많은 시민과 학생이 참여한 이 시위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작지만 큰 한걸음이 될 것이다.

글=서유진·임소희(유일여고 2), 사진=임소희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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