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어머니처럼 시청자를 편안히|"눈빛만으로도 슬픔 잊게 하는 드라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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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MBC-TV의 『전원일기』(김정수 극본·이관희 연출)가 다음주로 방영 3백 회를 맞는다 7년째로 접어든 이 프로그램은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나 지금도 겸손하며 소박하다
『굳이 농촌 드라머라고만 생각지는 않아요 「아무리 속이 상해 있어도 누군가 위로해주면 곧 기운을 차리곤 하는」 우리네 심성을 잘 표현해 주는 드라머에요. 이 같은 심성이 가장 순수할 수 있는 곳이 전원이고…』 속에 담긴 애정을 내색하지 않는, 그래서 때론 서글퍼 보이는 고향 어머니처럼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다독거려온 김회장댁 김혜자씨(45)는 『말없이 쳐다보는 눈빛이나 사소한 말 한마디로 온갖 슬픔을 잊게 해주는 드라머』라며 갑자기 수줍어한다. 그러는 김혜자씨의 눈빛은 영락없는 양지뜸 어머니의 그것이다
『나이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 「전원일기」식구들에게서「엄마」소리 듣고 있는지도 벌써 6년이 넘었네요.』지난80년 최불암씨와 또 다시(?) 부부역할을 맡아달라는 주문을 받고「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조건하에 응한 것이 어쩌면 「진짜 마지막 부부역할(언제까지나 이 드라머가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 이 될지도 모르겠단다.
징그러울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극중 김 회장은 기꺼이 복종하게끔 적당히 아내를 조정할 줄 아는 멋진 남편이라고 최불암씨를 슬쩍 치켜세운다.
경기여고 졸업 후 이대미대를 다니던 62년 KBS 1기 탤런트로 출발,「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연기자의 꿈을 이뤘던 김혜자씨는 연예인 호감도 조사 때마다 최불암씨와 함께 줄곧 1위를 달려왔다
유달리 수줍음을 잘 타는 내성적「어머니」지만 81년 첫 영화 『만추』로 마닐라 영화제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최근『젊은날의 초상』에선 유행가를 부르는 작부 역으로 변신하기도 했으며, 지난 1일부터는 MBC FM『가정음악실』로 DJ데뷔까지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정열은 숨길 수 없는 여인이다
남편 임종찬씨(56 농장경영)사이에 1남1여를 둔 그녀는 『전원일기』를 해오면서 친정부모님 두 분을 잃기도 했다. 지난해말 방영된 「전화」편에서 한밤중에 일어나 하늘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 수 있게 극본을 써준 김정수씨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며 눈빛을 흐린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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