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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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옥은 예루살렘의 지하, 깔때기 모양의 북반구 밑으로 내려가면 있다. 땅굴 밑으로 내려갈수록 길은 좁아지는데, 9개의 환상으로 되어 있다.
제 1 권에는 그리스도 이전에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나 「호머」가 하는 일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제2권에는 음탕한 군들, 제3권에는 미식가들, 제4권에는 구두쇠나 허영을 부린 자들, 제5권에는 분노로 지글지글 끓는 군들, 제6권에는 이단자들, 제7권에는 살인자나 자살자들, 제8권에는 아내를 판 자, 아첨꾼들, 성직을 판 자, 점장이, 탕관오리, 위선자, 도둑, 음모자, 전쟁 범죄자, 사기꾼이 열개의 심연에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제9권은 반역자들의 얼음 지옥.
문호 「단테」는 그의 작품 『신곡』속에서 지옥뿐 아니라 천국에도 가본다. 천국은 9개의 천계와 정화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한한 지고천인 정화천엔 신과 천사, 성군들만이 산다.
「단테」는 천국에서 「토마스·아퀴나스」와 「보에티우스」를 만난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의 명저를 남긴 성인. 「보에티우스」는 로마의 철학자로 쾌락을 배격하고 덕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을 것을 역설했었다.
이런 천국과 지옥에 관해 어떤 사람이 「마크·트웨인」(미 작가)에게 견해를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것 참 어려운 질문이군요. 저…그에 관해서 나는 의견을 보류하겠소. 천국과 지옥, 양쪽에 모두 내 친구들이 가 있어서…』
시성 「괴테」는 이런 얘기도 했다.
『천국에 혼자 있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이다』
신학자의 천국 관은 어떤 것인가. 현대의 대표적 신학자의 한사람인 「폴·틸리히」는 네가지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다. ①사회적, 정치적 심별이다 ②역사에 지향한 심벌이다 ③지상왕국과의 투쟁을 포함한 개념이다 ④종말론적 상징이다.
신학자들끼리도 논란이 분분하다. 범인들이야 그 어려운 얘기를 다 알아들을 수 없다.
최근 미국의 USA투데이지는 미국 성인들을 상대로 천국의 유무를 물었다. 응답은 80%가 천국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 흥미있는 것은 지옥을 믿는 사람은 67%로 훨씬 적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가. 한국 갤럽폴이 82년에 조사한 것을 보면 30%만이 사후 세계를 긍정하고 있었다. 크리스천이 압도적인 유럽의 평균이 43%인 것에 비하면 우리 나라도적은 편은 아니다.
그러다 미국보다는 아주 적다. 우리나라의 종교인구가 80% 이상인 것에 비해서도 그렇다. 신앙인이 현세에 집착하면 속취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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