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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대선 테마주 ‘현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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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순실 국정 농단 파장이 주식시장에까지 미쳤다. 잠정적인 여야 대선 후보와 연관됐다는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정치 테마주 현상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차기 대선이 1년 넘게 남았는데도 벌써 열풍이 재현됐다. 하지만 근거가 빈약한 테마주 열풍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를 했다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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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뛴 종목은 문재인 테마주로 불리는 고려산업이다. 지난 25일 2905원이던 주가가 27일 4605원이 돼 이틀간 50% 넘게 올랐다. 26일 일일 가격제한폭(30%)에 가까운 29.85%가 오르자 거래량이 폭증했다. 직전 일주일간 거래량이 80만~130만주 수준이었는데 27일 하루에만 1921만 주가 거래되며 전날보다 21.02% 상승했다. 고려산업은 닭이나 돼지, 소 등 가축에게 먹이는 배합사료를 만드는 회사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신지인 부산시 사상구에 위치했고, 문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자회사의 사외이사로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문재인 테마주가 됐다.

문재인 테마주끼리 방향 엇갈리고
유승민·반기문 주식도 연일 요동
최순실 파장 후 묻지마 투자 기승

하지만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문 전 대표의 차기 대권 가능성에 일관된 신호를 보낸 건 아니다. 또 다른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휴브레인과 우리들제약은 오름세가 반짝 하루에 그쳤다. 26일 각각 13.17%, 7.22% 상승했지만 27일에는 두 종목 모두 5% 넘게 떨어졌다.

여권 대선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테마주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여권 내 비박계 실세 연관 종목으로 반짝 상승을 누렸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승민 테마주인 대신정보통신은 26일 21.35%로 크게 올랐다가 27일 2.67% 떨어졌다. 영신금속과 삼일기업공사도 각각 12.3%, 9.3% 올랐다가 1.35%, 4.69%씩 주가가 빠졌다. 세 기업 모두 대표이사가 유 의원과 위스콘신대 동문이다.

반기문 테마주는 반대 양상이다. 반 총장의 외조카가 운영하는 지엔코는 26일 17.1%나 떨어졌다가 27일 3.56%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 총장 고향인 충북 음성에 위치한 씨씨에스 주가도 이틀 새 급락 후 반등하는 같은 흐름을 보였다.

테마주로 지정되는 이유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정치인과의 친분인 경우가 많다. 두루뭉술한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테마주 투자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결정을 할 때 정치상황이나 정책에 따른 기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진짜로 있는지를 따져보고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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