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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툽 “학생 중요성 모르면 대학 망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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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학은 학생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총장 등 대학을 이끄는 사람들이 학생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학교는 망가지게 된다.”

외국인으론 800년 만에 첫 총장
캐나다 출신 인권·분쟁조정 석학
한 - 캐나다 포럼 참석차 서울 찾아
“한국 학생들 다양한 탐험했으면”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 차기 총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툽(58) 캐나다 토론토대 멍크국제대학원 학장은 27일 “대학의 지도자로서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서울국제포럼(대표 이홍구 전 총리)과 캐나다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CIGI) 주최로 27~29일 진행되는 14차 한-캐나다 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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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대 차기 총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툽 토론토대 학장은 27일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한국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경제는 물론, 안보 분야에서도 더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캐나다 태생으로 인권과 분쟁조정, 국제법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그는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영문학으로 문학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또 납치 등 강제 실종 문제를 다루는 유엔 워킹그룹에서 일하는 등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그는 2006~2014년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총장을 맡았다. 당시 학생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툽 라이언(Toope Lion)’이었다. 그는 “학생지에서 처음 쓴 별명인데,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고 단호하고 실행력이 있다는 의미로 사자라고 붙여준 것 같다. 아주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그가 재임 중 학생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라 팝송 ‘스윗 드림’을 부르며 춤을 춘 유튜브 영상은 학생들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영국 국적이 아닌 케임브리지대 총장은 처음이다. 800년 전통을 깼는데 소감은.
“그래서 더 영광이다. 케임브리지대 스스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키우고자 하기에 내가 선택된 것 같다.”
내년 10월 총장으로 취임하는데 비전은.
“총장에 지명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논의된 것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주는 영향이었다. 이에 대해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케임브리지대는 유럽의회로부터 가장 많은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대학으로 브렉시트 이후에도 세계적인 대학이란 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아시아와 북미로 눈을 돌릴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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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학 전경. [중앙포토]

영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지금까지 만나본 한국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가 잘 돼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위험을 더 감수할 필요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직업을 원한다고 해서 꼭 정해진 트랙에서만 뛰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음엔 무슨 일이 생길까’라는 우려와 걱정만 하게 된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많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한국 학생들은 충분히 똑똑하니, 다양한 탐험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생들과의 소통도 중요한 것 같다.
“내 생각은 총장을 비롯한 대학의 지도자들은 밀접하게 학생들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학생들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내가 UBC 총장일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20여 명 정도의 학생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학생들은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이야기해줬다. 케임브리지대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그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인권 전문가로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그곳에서 자행되는 학대와 감금 등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한국 정부가 햇볕정책을 펼쳤을 때 남북 관계가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북한을 변화시키진 못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럴 경우 아예 바깥 세상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글=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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