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입생들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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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대학신입생들은 입학후 대학과 전공선택의 불만으로 인한 정신불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대의대 정성덕교수(정신과)팀이 84년과 올해 2차에 걸쳐 남녀 대학생 1만7백3명(남 7천3백92명, 여3천3백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자신입생의 경우 정신불안도 종점평균이37·6점으로 남자 재학생평균(36·5점)을 상회하면서 재학생보다 높은 불안도를 보였다.
대학신입생의 경우 극심한 입시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에 정신신경상태가 원만해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진학 성향이 점수에 끼워맞추기, 명문대학과 학과외주이기 때문에 입학과 동시에 소속대학 및 전공학과에 불만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 불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정교수팀은 분석했다.
불안감을 비롯해 초조·우려·불면·호흡곤란·악몽 등 20개 항목의 불안척도를 어느정도 느끼는가와 그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집계한 이 조사에서는 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높은 정신신경증세를 보이는 것도 밝혀냈다.
1차 조사(84년)때 불안도 총점평균의 경우 ▲여=39·6점 ▲남=36·9점으로 여학생이 2·7점 높았고, 2차 (86년)에서도 ▲여=34·5점 ▲남=33·9점으로 집계됐기 때문.
특히 전체 여대생의 33·1%가 우울 점수 50점 이상(80점 만점)으로 3분의1에 해당하는 여대생이 우울 증세를 보였고, 10·1%는 불안증세를 보였는데 이는 남학생보다 각각 18배,2배가되는 비율이다.
정교수는 이처럼 여학생에게 전반적으로 높은 정신신경증세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사회생활·성·정신생활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남성보다 억제를 요구받는 인습이나 규범에 대해 여대생이 강한 저항감을 느끼는 동시에 향후 예상되는 결혼·출산·가정생활에 대한 부담감을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단과대학별로는 남학생의 경우 법대생의 정신불안도가, 여학생의 경우는 야간학부생의 정신불안도가 각각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신입생을 정점으로 고학년으로 갈수록 불안도가 약간씩 낮아지기는 해도 이렇다할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신입생 때의 대학 및 학과선택에 대한 불만감이 체념 등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해도 뒤따라 ①점차 심화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좌절감 ②자신의 현재처지에 대한 불만감 ③미래의 거취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녀학생이 나타내는 정신신경증세가 뚜렷하게 다른 것도 이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
남학생의 경우 초조·불면·호흡곤란·우러·발한 등의 증상이 대종을 이룬 반면, 여학생에게서는 불안감·공포·정신붕괴·전신통증·피로·소화불량·악몽·졸도·어지럼증·잦은 요의 등이 주 증상으로 나타났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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